최근 정부 당국(국가보훈처)은 ‘군인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는 취지의 공고(제2000-13호)를 일간 신문에 크게 내고, ‘6·25 참전노병’과 ‘베트남 참전자’들의 생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을 지원하는가? 광고 표제만 요란할 뿐 내용은 속 빈 강정이다. 하필이면 왜 오늘의 시점에서 이따위 광고를 내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공고 내용은 ▲6·25 호국전쟁 참전자들에게는 참전 포상으로 ‘태극기’ 한 폭씩을 증정하고 ▲고궁, 국·공립공원 이용시 무료 입장 ▲각급 학교 재학 중 군에 입대한 참전자에게 복학 수속 주선 ▲65세 이상 무의무탁자 양로보호대상자(무주택, 비과세 대상자, 생계능력 상실자 등)는 사망시에 영구용(영구용) 태극기 무료 증정, 장제비 보조 또는 묘지 주선 ▲ 6·25 참전증명서 수여 ▲질병 발생시 보훈병원 진료비 감면(50%) 등이다.

이것은 벌써 5년 전부터 시행 중에 있는 유명무실한 ‘노인복지법’과 다른 내용이 거의 없다. 따라서 이번에 내놓은 ‘군인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은 그 내용으로 보아 이름만 그럴싸할 뿐 차라리 ‘늙은 걸인이나 행려병자 지원법’이라고 하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

6·25 호국전쟁에서 결사적으로 분전, 나라와 겨레와 자유를 지키고 겨우 생명을 부지, ‘제대비’라는 명목으로 한 달치 봉급을 선불받고 사회에 나와 반 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노병들을 정부 당국은 더 이상 희롱하지 말기 바란다.

오늘날 출소한 공산주의자(비전향 장기수)에 대해서는 정부 당국에서 매월 20여 만원씩 생계보조비를 지급하고, 의료비는 100% 무료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96년 지하철공사장에서 퇴역 육군대령 임상철(임상철, 육사 8기) 호국 노병이 생활고와 정부 당국의 호국노병들에 대한 무관심을 비관하여 목을 맸다.

대한민국 건국 방해 폭동 희생자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제주4·3특별법’까지 만든 정부 당국이 호국노병들에 대해서는 실질적 관심 표명을 저버리고 오히려 희롱에 다름없는 겉치레를 서슴지 않고 있지 아니한가.

국가 경제가 100% 파탄나서 망한 나라가 아닌 이상, 국가를 위한 참전노병들에게 참전수당(또는 연금)이나, 참전 직업군인들에게(전시에는 그런 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았다 하여) 반 세기가 넘도록 퇴직금(또는 ‘보로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국가는 전세계적으로 대한민국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만 해도 일반 근로자 월 수입은 인민폐 400~600위안선이다.

한편 30~40년대 항일(항일)·항장(항장) 혁명전쟁과 50년대 한국전쟁 참전자 수당도 월 400위안선이다. 이 때문에 참전노병들의 노후 보장은 어느 계층보다도 완벽하다. 러시아도 거의 같은 수준이다. ‘기아선상’에 놓인 북한도 이른바 ‘조국전쟁(6·25)’ 참전노병들에게는 최선의 대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어찌된 노릇인가? 무료로 공원에 입장, 태극기만 바라보면서 황천길을 대기하란 말인가!

/이기봉 북한억류 국군포로 송환촉진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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