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원자로의 봉인을 제거한 사태와 관련, 22일 외교통상부 심윤조 북미국장(왼쪽), 천영우 국제기구 정책관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북한이 지난 12일 ‘핵동결 해제’ 입장을 표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다섯 곳의 핵시설에 대한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하라고 요구한 지, 9일 만에 실제 행동에 들어갔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 이번 조치의 의미와 파장

북한은 제네바 핵합의에 따라 동결됐던 다섯 곳의 핵시설에 대해 ‘발전용’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재가동될 경우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조치는 핵개발 강행 의사로도 풀이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손을 댄 5㎿급 원자로는 과거에 사용했던 것으로 재가동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앞으로 중유가 공급되지 않으면, 북한이 나머지 핵시설의 봉인과 감시카메라도 제거하거나, IAEA의 최우선 감시대상인 8000여개 폐연료봉의 봉인을 해체하는 등 수위를 점차 높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폐연료봉에는 플루토늄239가 25kg이나 포함돼 있어 이를 재처리할 경우 핵탄두 3~6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이 ‘핵포기 없이 대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추가조치들을 취하고 나설 경우 한반도에 93~94년과 같은 핵위기가 다시 닥칠 우려마저 있다.

◆ 이번 조치 얼마나 위험한가

우리 정부는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고 말한다. 5㎿ 원자로를 실제로 가동하려면 새 연료봉이나 봉인된 핵연료봉의 봉인을 다시 뜯어내고 원자로를 장전해야 하는데, 이 기간만 해도 1~2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선 금속 상자에 넣어 수조 속에 보관 중인 8000여개의 폐연료봉을 꺼내 재처리 시설로 추정되는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해야 하는데, 이 기간도 최소 3~4개월 가량 걸린다는 것이다.

건설 중단된 50㎿급 원자로와 200㎿급 원자로는 재건설하려면 최소한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미국과의 협상을 목적으로 한 ‘벼랑 끝 전술’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 동결된 다섯 곳의 핵시설

제네바 합의에 따라 IAEA가 봉인과 함께 감시카메라를 부착한 곳은 평북 영변 핵단지 내 16개 시설 중, 5㎿급 원자로와 완공 1년 전쯤 중단된 50㎿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 폐연료봉과 새 핵연료 저장소 등 네 곳과 완공 2년 전에 중단된 평북 태천의 200㎿급 원자로 등이다. IAEA는 다섯 곳의 시설에 봉인과 함께 무인 감시카메라를 설치, 24시간 봉인 상태를 감시해왔다.
/ 權景福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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