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이 간부들과 당원ㆍ근로자들의 사상학습을 위해 제작, 배포하는 '학습제강' (일종의 학습지도안 學習指導案)의 표지와 내용.

최근 북한 사회상을 한눈에 읽게 해주는 노동당 내부문건이 조선일보에 입수됐다.

『자본주의 사상문화적 침투를 짓부시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릴데 대하여』라는 제목이 붙은 이 문건은 북한당국이 노동당 내 간부들의 사상학습용 자료로 배포하는 ‘학습제강(學習提綱)’으로 B5용지 16쪽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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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은 북·중 국경을 지키는 국경경비대 군관(장교)으로부터 입수됐으며, 군관은 문건이 지난 10월 일선 간부 학습용으로 배포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건은 근래 북한 사회 곳곳에서 과거 볼 수 없었던 자본주의적 요소들이 만연해 있다면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 투쟁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학습제강」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우리는 우리 식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해 제국주의 사상문화적 침투에 결정적인 반격을 가해나서야 한다. 이것은 혁명의 요구이고 현실이 제기하고 있는 절박한 문제이다.

얼마 전 어느 한 구역 안의 외국 출장자들과 여행자 가정을 검열하였는데 미국영화와 추잡한 화면들을 녹화한 테이프, 이색적인 녹음테이프와 사진첩, 화보, 소설책, 성경책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집들이 적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이색적인 녹화테이프를 혼자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복사해서 외화나 물건을 받고 팔거나 빌려주는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시기에는 사람들이 미국영화나 일본영화 같은 것을 남몰래 숨어서 보았다면 지금은 내놓고, 그것도 여러 명이 한데 모여서 보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어떤 일꾼들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채널을 고정시키게 되어있는데도 요리조리 돌리며 (듣고는) 오늘까지도 그대로 두고 있다.

일부 청년들은 머리를 더부룩하게 하고 다니는 것을 멋으로 여기고 있으며, 여성들 속에서는 화장을 괴상망측하게 하며 외국식으로 입술과 속눈썹을 칠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거리로 되어 가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같이 살다가도 쩍하면 이혼을 하고 있으며, 어떤 청년들은 결혼을 하고 얼마 안 되어 이혼을 하겠다고 소동을 피우고 있다.

일부 사람들의 생활에서는 미신행위가 점점 성행하고 있으며, 종교를 믿는 현상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金光仁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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