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납북된 뒤 경찰서에서 고문당했다며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낸 임선양(林善良.56)씨가 후유증으로 투병끝에 숨졌다고 16일 납북자가족모임(대표 최성룡)이 밝혔다.

납북자가족모임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 69년 5월 납북된 '복순호' 선원 임판길( 당시 31세)씨의 동생으로 72년 신고없이 이사를 했다는 이유로 전북 군산경찰서에 끌려가 12일간 고문당한 뒤 만성 폐질환을 앓아오다 지난달 27일 충남 서천 서해병원에서 숨졌다.

병원 관계자는 "임씨는 11월 27일 밤 10시께 만성 폐질환에 의한 호흡부전으로 숨졌다"며 "가족은 아무도 임종하지 못했고 임씨 시신은 화장됐다"고 말했다.

납북자가족모임에 따르면 임씨는 형 판길씨가 납북된 뒤 전남 목포에 가서 3년여 배를 타던중 경찰에 끌려가 '형과 접선해 북한에 가서 교육받고 남파된 것이 분명하다'는 혐의로 12일간 모진 고문을 당했다.

그 후 폐 한쪽이 사그라지고 한쪽 어깨가 주저앉고 정강이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진 임씨는 변변한 직업을 구하지 못했고 부인마저 지병으로 숨진 뒤 아들 형제를 보육원에 맡겨야 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살면서 몇 년 간 입원해 있던 임씨는 평소 "형님 생사라도 알았다면 여한이 없겠다"고 토로했지만 지난해 탈북한 납북어부 진정팔(陳正八.61)씨가 "임판길씨가 북한 식량난 와중에 굶어죽었다"고 전하자 허탈해 했다는 것.

임씨는 숨지기 직전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형이 굶어죽었다고 한다"며 통곡하기도 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임씨를 고문했다는 경찰관 3명 중 2명이 정년 퇴직했지만 1 명은 아직도 경찰에 근무 중이라며 연내 경찰청에 찾아가 임선양씨의 죽음에 대해 항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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