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21세기 문화전쟁에 대비하고자 합니다. 인터넷 사회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남긴 문화를 보존 발전시키지 못하면 외세의 문화침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거든요. ”

우리 고전적(고전적)을 디지털로 가공하는 작업을 집념처럼 해오고 있는 최순일(최순일ㆍ38) 누리미디어 사장. ‘고려사’ ‘삼국사기-삼국유사’ ‘팔만대장경’ ‘발해사’ ‘동국이상국집’…. 최근 2년간 발행한 한국학관계 CD롬이다. 이밖에도 국어국문학, 외국문학, 역사비평, 사상 등 학술간행물 데이터베이스 25종을 개발 출시했다. 이런 업적 때문인지 작년 11월에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에 관련된 일들을 정리하는 ‘통치사료 시스템’의 개발자로 선정됐다.

98년 5월 출시한 ‘고려사’는 200자 원고지 7만장이 넘는 분량. 지금은 잘 쓰지않은 한자들이 많아 프로그램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국내 학술 CD롬의 효시였던 ‘조선왕조실록’ 개발에 참여했던 최씨는 그 노하우를 살려 한국학 데이터베이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국사기-삼국유사’가 이병도(이병도) 역주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CD롬은 북한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의 역주다. 특히 작년말 발행한 ‘동국이상국집’은 국내 최초로 북한에 번역을 위촉한 작품. “국내 연구소들이 DB개발에 소극적이고 문턱이 높은데 비해 북한은 양질의 번역인력에다 비용도 3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부분의 CD롬은 주로 도서관이나 연구소에서 구입해간다. 연매출 7억을 웃돌고 직원은 8명. 이들의 꿈은 한국문화를 포괄적으로 알리고, 일반인들도 손쉽게 접근할수 있는 ‘한국학 포털 사이트’를 갖추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세계가 연결되면 한 국가의 문화가 전세계로 폭발적으로 퍼져나가므로 서구 문화공세에 대응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미리 알려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02) 761-1661

/이준호기자 jun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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