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서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北京=AFP연합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일 베이징 정상회담은 1999년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訪中), 2000년 푸틴 대통령의 방중, 2001년 장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이어 양국이 전방위적인 협력관계 구축에 나섰음을 상징한다.

특히 중국 관영 언론들의 평가대로, 이번 회담은 구(舊)소련 해체 이후 양국 관계가 관계 회복 및 선언적 협력 단계를 넘어 국제·경제·군사 등 각 분야에서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양국은 미래의 전략적 협력 계획을 담은 선언적 공동성명 외에도,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을 통해 테러리즘·분리주의·극단주의 세력의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과 원자재 및 하이테크 방면의 경제협력 확대, 군사기술 및 무기개발 지원 등에 합의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범죄인 인도(引渡)조약’과 ‘양국 총리 정례회담에 관한 협정서’, ‘경제 범죄에 관한 협의’ 등 일련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중국을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 중 하나”로 규정하고 중국 외교부가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아주 중요한 회담”이라고 논평한 것처럼 양국은 이번 회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갈수록 강화되는 미국 일극(一極)체제에 공동 대응한다는 상호 의존적 측면과, 경제교류 확대를 통한 관계 강화가 21세기 양국 국가전략에 부합된다는 공동 인식이 깔려 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하고 미국과 북한 양측이 제네바 기본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개방과 관련, 북한의 개방 노력을 지원한다는 기본 원칙하에 구체적인 지원책을 협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외교 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중국공산당 새 지도부 구성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데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는 지난해 10월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이미 상견례를 치렀지만, 총서기로 공식 선출된 이래 처음 만난 외국 원수가 푸틴 대통령이라는 점을 양국은 강조하고 있다.

양국 언론들은 두 사람이 연령이나 업무 스타일에서 흡사하다며 향후 ‘공조(共助)’를 낙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리펑(李鵬)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 격) 상무위원장과 주룽지(朱鎔基) 총리와도 개별 회담을 가진 데 이어 3일 베이징대에서 강연한 뒤 인도로 출발한다.
/ 北京= 始東특파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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