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달러 대신 유로(EURO)화를 국내 기준 통화로 사용하려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리 정부 당국자들과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아직 북한의 공식 발표가 없다며 이렇다할 평가를 유보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국가가 회수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에 일단 무게를 두고 있다.

외화상점의 모든 상품 가격을 달러에서 유로로 바꿀 경우, 주민들이 이를 구입하기 위해 달러를 유로로 교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달러를 북한 돈으로도 교환해준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과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둔 조치일 수도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과 관계개선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북한은 2~3년 전부터 EU(유럽연합)와의 관계개선에 주력, 프랑스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과 수교했으며 이들 국가와의 경협 확대에 매달리고 있다. 따라서 유로를 기준 통화로 사용, EU국가들과의 교역과 지원을 확대해보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대외교역에서 유로화만 사용할 지는 아직 미지수. 아직 남북교역에서 북측이 이같은 요구를 해온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대외교역에서 국제 공용화폐인 달러 대신 유로화로 대금 결제를 요구할 경우, EU 외 지역에서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나라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외교역에서도 유로화만 고집할 경우, 남북교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남북한간의 달러를 기준으로 한 청산결제 합의를 수정할 것이냐는 문제도 제기될 것이다.

김일성종합대 교수를 지낸 조명철(趙明哲)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가 경제적 실익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결정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즉 미국에 대한 반발의 일환으로 이같은 조치를 내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인구 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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