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 앞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왼쪽), 다나카 히토시 일본 외무성 아주국장(가운데), 이태식 외교부 차관보가 악수하고 있다. /東京=AP연합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문제를 다루기 위해 9일 열린 한국·미국·일본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서 중유공급 문제 등에서 이견 조율이 실패함에 따라 3국은 외교채널 등을 통해 북한 핵문제의 접점 찾기를 모색할 예정이지만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측의 입장은 상당히 강경했다. 미국측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압력 수단으로 11월분 4만2500t을 포함한 북한에 대한 중유제공 중단은 물론, 경수로 건설공사와 제네바합의 자체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최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압승으로 강경해진 의회를 의식한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중유를 계속 보낼 수는 없다”며 TCOG 결과를 워싱턴에 보고한 뒤 다시 입장을 조율하자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 외에 국방부의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보가 참석, 의회와 행정부 내의 강경 분위기를 설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에 한·일 양국이 제동을 걸 만한 명분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은 당장 중유공급 중단이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금년 중유제공 예산은 이미 확보된 것인 만큼 ‘신중하자’는 정도였다. 이에 따라 중유공급에 대한 최종 결정을 오는 14일 열리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로 넘겼다.

그러나 KEDO 집행이사회에서 중유를 계속 공급하기로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현재 북한으로 수송 중인 11월분 4만2500t의 북한 전달을 유보하기로 했다. KEDO 이사회가 이 문제를 결정할 때까지 중유 수송선박을 공해상에 계속 머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당초 제시한 선박 회항(回航)은 아니지만, 북한에 상당한 ‘압박’의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EDO 이사회가 11월분 중유의 지원쪽으로 가닥을 잡더라도 북한의 조속한 태도변화가 없다면 12월분부터 중유 중단 등의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수로 건설과 관련, 한·일 양국은 ‘KEDO 사업 자체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을 들어 지속하자는 입장이었으나, 미국은 경수로 건설 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해왔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지 않으면 제네바합의의 유지와 KEDO의 경수로 건설도 곤란하다는 견해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 東京=權景福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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