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의 외무장관들이 25일 서울에서 회담을 가졌다. 반세기의 전통적 우방이긴 하지만 서울에서 3국 외무장관이 회담한 것은 처음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방북(방북) 내용을 설명 듣고 3국 공조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내용에 못지 않은 ‘상징 연출’도 깔려 있었던 회담이었다.

3국이 각각 별도의 대북(대북) 대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 세 갈래의 흐름은 전체적인 한·미·일 3국 공조라는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과시하려 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1937년생 동갑내기들인 이정빈(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과 올브라이트 장관, 고노 요헤이(하야양평) 외무상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까지 가졌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문제의 진전’을 강조했다. 북한의 테러 지원국 해제나 일본 요도호 납치범 추방, 일본인 납치 사건 등 여러 현안에 대해 김 위원장 등 북한 인사들과 협의했지만, ‘미사일 문제 해법’을 찾은 것이 이번 방문의 핵심 성과라는 것이었다.

또 북한 조명록(조명록) 특사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진지한 제의”라는 북한측 입장을 들었고, 이번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미국측 설명이다. 북한은 1998년 8월의 3단계 장거리 미사일이 ‘인공위성’이었다고 주장하는 만큼, 인공위성 발사는 앞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신해주고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의 실험·발사를 영구히 포기시키자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미국은 북한의 단·중거리 미사일 수출을 중단시키는 데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은 ‘현금 보상’을, 미국은 ‘불가’ 입장으로 맞서왔고, 올브라이트의 평양 방문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리 발사에는 비용이 들고, 미사일 수출 중단에도 대가보상이 필요할지 모른다. 위성 대리 발사 비용은 적게는 수십만달러에서 수천만달러까지 다양하며, 김 위원장은 한때 ‘2억~3억 달러’를 주장하기도 했다. 또 북한은 미사일 수출로 연간 10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돈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이 문제가 이날 3국 외무장관 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3국과 북한 사이에 장기 협상 과제로 대두될 것 같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해법은 북한 핵 개발을 동결시키기 위해 택했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방식’을 연상할 수 있다. 미국이 그 부담을 전부 지려고 할 가능성은 없는 만큼, 결국 KEDO처럼 한·일 등 국제사회가 분담하는 국제 컨소시엄 형식을 통해 비용을 조달한다는 것이다.

/박두식기자 d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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