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개성공단(배후도시 1200만평·공단 800만평) 100만평의 1단계 공사를 연내 착수하기로 함에 따라 일단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

통행·통신의 자유로운 보장 등 공단 운영에 필수적인 세부사항은 아직 타결되지 않았지만 북측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라고 남측 협상대표단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개발로 야기된 국제 긴장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 사업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북한, 신의주특구 수준 혜택 보장 =이번 실무접촉에서 임진강 수해방지사업이나 금강산댐 공동조사문제는 북측의 소극적 대응으로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반면 침체된 북한경제 회생의 돌파구가 될 개성공단 착공에 대해서는 극히 적극적이었다.

북측은 “개성공단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신의주특구 이상의 혜택을 주겠다”는 의사를 우리 측에 밝혔다. 그 결과 임금이나 공단 분양가 문제는 아직 이견이 있으나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아산과 토지공사는 베트남의 월 임금이 50~60달러선, 중국이 50~100달러선인 점을 들어 개성공단은 70~80달러(기본급 50~60달러, 성과급 20달러)선이 되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북측은 당초 월 100달러(기본급 80달러, 성과급 20달러)를 고집했지만 협상과정에서 생각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공단 분양가도 북측은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했다. 예를 들어 50~70년 장기 임대 분양가가 평당 10만원을 밑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경의선만 연결되면 수도권 공단에 맞먹는 입지조건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북한은 흐지부지되고 있는 신의주 경제특구의 대안으로 개성공단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핵 문제 해결 전제되어야 =개성공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개성공단이 중국이나 동남아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자유로운 통행과 물류 교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근로자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개성에 영사 기능을 갖춘 연락사무소 설치도 북측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철도 및 도로가 연결되는 시기에 맞춰 다시 협상하자”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대통령 선거 전 조기 착공을 요구했다. 남측 협상관계자는 “최근 핵 문제로 인해 국제긴장이 고조되고 연말 대통령 선거 이후 대북관계가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선거에서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개성공단 착공 시기를 대선 이후로 하자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남북은 구체적인 착공시기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수석연구원은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개성공단을 착공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북한에 전기 등 인프라 지원을 하기 어렵고 기업들도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車學峯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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