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시민들이 한가로이 거리를 오가고 있다. 최근 북핵문제로 국제 사회가 크게 요동치고 있지만 북한 내부는 비교적 조용하다고 한다.

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전역에서 악명을 떨쳤던 공개 처형이 2000년 들어서면서 급격히 감소하고, 정치범에 대한 「연좌제」도 크게 완화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국경경비대 출신의 한 북한 주민은 1999~2000년 초 『공화국에서 총성을 울리지 말라』는 김정일의 지시가 국가안전보위부와 국경경비대에 하달됐다면서 특히 국경 지역에서 공개 처형은 일절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안전보위부에도 관여하고 중국을 드나들며 밀수를 하고 있는 지민호(가명)씨는 98년 이전만 해도 함북 무산군에서만 전깃줄과 국가통신망을 자르고, 중국과 밀수와 인신매매를 하던 조직폭력배들이 처참하게 처형되는 모습을 봐왔지만 2000년 들어서는 단 한 건의 공개 처형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함북 회령시 행정간부 출신의 한 북한 주민도 예전 같으면 공개 처형에 넘겨질 악의적인 살인이나 국가재산 파괴 및 횡령자들도 20년형을 받고 교화소(교도소)로 끌려갔으며, 사형에 해당되는 대다수 중범죄자들도 무기형을 받고 장기수로 복역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내부에서는 공개 처형을 하지 않는 데 대해 『국제 사회에서 자꾸 떠들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북한은 정치범에 대해서도 가족과 함께 끌어갔던 과거와는 달리 죄를 지은 당사자만 처벌하고 웬만하면 가족들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 국가적으로 아주 큰 사건을 제외한 대부분 사건에 대해서는 가족까지 처벌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지민호씨는 『무산·청진 등 국경 일대에서는 아직도 중국과 밀수하거나 남쪽과 연관된 많은 밀수꾼들이 국가안전보위부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행방불명되는 사례가 있지만, 가족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족들에 대한 감시는 여전하며, 정치적인 혐의가 있는 사람들이 재판 없이 끌려가 행방불명되는 사례는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공개 처형과 연좌제를 체제 유지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주요 공개 처형 대상자들은 살인, 국가재산 횡령 및 파괴, 인신매매, 조직폭력 등이었다. 주요 정치범수용소에서는 탈주자들이 공개 처형 대상이었다. 무산 출신의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이었던 윤대일(尹大日)씨는 식량난이 악화됐던 95~98년 사이 북한 각 도(직할시), 시·군(郡)에서 1년에 평균 10명씩 공개 처형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한 탈북자는 일반 공개 처형은 국제 사회의 비등한 여론 때문에 많이 줄어들었지만 보위부 내부와 수용소 내의 처형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권에 대한 북한당국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오지 않는 한 정치범으로 낙인된 주민들이 재판 없이 수용소로 끌려가거나 비공개 처형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姜哲煥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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