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파문'의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정세현 통일부 장관 등 제8차 장관급 회담 남측 대표단은 4박5일간 `난항'을 겪으면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에서 비롯된 국내외 파문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한치 양보 없이 치열한 공방을 벌인 80여 시간이 마치 분단 반세기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

남북 회담 대표들간 신경전이 본격 시작된 것은 평양 도착 이튿날인 20일 오전 10시 첫 전체회의부터.

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24절기의 `상강(霜降)'을 거론하며 "남북관계도 갈무리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측의 김령성 단장은 "바깥 날씨가 어떻든 서풍이 불든, 비가 오든 우리 갈 길을 간다"고 맞받았다.

50분간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북측은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을 집중 거론하는 남측 발언을 경청했고 이어 남북 양측은 오후 4시부터 25분간 실무대표접촉을 통해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시도했다.

이날 저녁 북측 고위인사의 남측 대표단 면담이 예고돼 이목이 쏠렸으며 22일 오전 9시 30분부터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됐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이 자리에서 김 상임위원장은 남측 대표단과의 30여분 면담에 이어 50분간 정 장관을 독대, 진지한 대화가 있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김 상임위원장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안보상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해 난항을 예고했다. 남측의 입장을 경청하던 북측 대표단의 분위기도 바뀌기 시작했다.

남북 양측은 오전 11시45분부터 30분간 전체회의, 오후 4시15분부터 45분간 실무대표접촉을 잇따라 가졌으나 북측은 핵파문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과 국제합의 이행 의지를 공동보도문에 명기하자는 남측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러한 상황은 회담 마지막 날인 22일에도 마찬가지.

양측은 오전 9시30분부터 실무접촉을 가졌으나 전체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으며 북측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 대화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오후 4시로 예정된 평양 순안공항 출발을 앞두고 갑자기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양측 수석대표의 잇단 단독접촉과 실무대표 접촉 등이 잇따랐고 자정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공동보도문 문안 조율에 들어갔다.

밤샘을 각오한 남북 대표들의 접촉 끝에 난항을 겪던 핵파문 관련 해법을 공동보도문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고 양측은 23일 새벽 2시 전체회의를 열어 이를 발표하게 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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