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 4일 국감장에서 북한의 도발징후 보고를 김동신(金東信) 전 장관이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 발언한 한철용(韓哲鏞) 전 5679부대장의 주장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함으로써 과연 누가 보고를 축소·은폐했는지 여부가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소장은 “6·29 서해교전 이전 북한의 도발징후를 당시 김 장관에게 보고했지만 장관이 이를 단순침범으로 바꾸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김 전 장관과 국방부, 기무사 등 군 당국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군에선 ▶서해 교전 이전 6월 한 달 동안 북한 경비정이 모두 4차례나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했고 ▶지방선거일인 6월 13일에는 북 경비정이 이례적으로 2시간29분간이나 NLL을 침범했는데도 군 당국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아 6월 29일 기습공격을 허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철저히 그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월 27일 결정적 첩보 은폐 논란

북한의 기습공격이 있기 이틀 전인 6월 27일 5679부대 일선부대에서 북한의 도발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던 ‘결정적 첩보’를 탐지했음이 한 소장과 군 당국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한 소장은 이 정보를 상급부대인 합참 정보본부(본부장 육군중장)에 보고했으나 정보본부가 ‘블랙 북’(주요 부대에 배포되는 북한 첩보관련 1일 보고서)에는 이를 누락한 채 예하부대에 배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보본부와 기무사 등은 한 소장이 예하부대로부터 이를 보고받고도 정보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과실을 범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한 소장이 정보본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진상조사를 벌인 기무사로부터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6월 13일 보고서 삭제 논란

한 소장은 6월 13일 북 경비정의 이례적인 장시간 NLL침범행위에 대해 연례적인 전투검열 차원 월드컵과 국회의원 재·보선과 관련한 한국내 긴장 고조 의도 배제 불가 우리 해군 작전활동 탐지의도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정형진(丁亨鎭) 합참 정보융합실장(육군준장)을 거쳐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일선부대에 배포된 ‘블랙 북’에는 북한의 의도가 ‘단순침범’으로만 돼 있었다. 한 소장은 이에 대해 “정 실장이 ‘장관 지시’라고 했다”는 얘기를 정보본부에 파견된 5679부대 장교를 통해 보고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 실장은 “장관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장관 지시’라는 얘기를 한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도 한 소장 주장을 전면부인하고 있다.
/庾龍源기자 kysu@chosun.com


◇북 도발징후 축소은폐 논란 쟁점
구분 6월13일: 5679부대 보고서 보고항목 삭제, 왜곡 논란 6월 27일:북 도발 결정적 징후 통신감청정보 보고 은폐 논란
한철용 전 5679부대장 김동신 전 장관이 단순침범으로 하라고 일부 보고항목을 삭제토록 지시했다고 정보본부(정보융합처장)를 통해 들었다. 정보본부에 보고했으나 정보본부에서 삭제한 채 예하부대에 배포했다.
김동신 전 국방장관 당시 정보융합처장 보고서에 단순침범부터 도발가능성까지 모두 열거돼 일선 부대에서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 단순명쾌하게 정리하도록 했을 뿐이다. 7월 초 기무사 조사가 끝난 뒤 한 소장이 정보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고받았다.
기무사, 정보융합처장 등 군 당국 김동신 장관이 보고항목 삭제 또는 단순침범으로 보고서를 바꾸라고 지시한 적 없다. 5679부대 일선 부대에서 6월 27일 결정적인 정보를 포착했으나 한 소장이 이를 정보본부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한 소장도 이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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