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24시간 커버하는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 CNN. 인도 오지에서도, 한국의 지리산 골짜기에서도 CNN 영어뉴스는 쏟아져 나온다. 세계 20억 시청자를 상대로 한 영어뉴스 방송에 수시로 등장하는 한반도의 얼굴은 손지애(36) 서울지국장이다.

“말문이 막히지 않기 위해 늘 연습을 합니다. 시사적인 유행어나 신조어를 따라잡는 게 늘 큰 숙제예요. ”

귀는 영어TV로, 눈은 습관처럼 인터넷을 보고 있다. 방송 영어책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남보기에는 쉽게 척척 잘도 하는 것 같아도, “하루 종일 공부해야 겨우 체면만 유지한다”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

“부모님 따라 미국에서 초등학교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살았어요. 덕분에 영어와 일찍 친해지기는 했죠. ”

그러나 어렸을 때 말을 배웠다 해도 그냥 놔두면 금방 ‘날아가 버리는’ 게 언어 감각이다. 그래서 “부모 덕에 얻은 영어 실력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영어에 ‘목숨을 걸고’ 공부했다”고 말한다. 중학교 들어가선 영어 웅변대회를 찾아다니며 참가했고,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영자 신문사에서 일했다. 이화여대 정외과 시절에는 영자 신문 ‘Ewha Voice’ 기자로 일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영어회화 클럽, 영문잡지 교정과 통역, 번역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눈 뜨면 영어로 시작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영어로 살았다. 독서도 영어 실력을 단단하게 하는데 한 몫 했다.

“93년 뉴욕타임스 현지 기자로 채용됐어요. 당시 북한 핵 위협 때문에 연일 ‘코리아’가 1면에 오를 때라 운도 좋았지요. ”

탈춤 등 한국 문화를 다룬 기사가 주말판에 실렸고, 금융실명제 발표 때는 대문짝만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CNN으로 옮긴 것은 95년. 카메라 앞에서 직접 리포트를 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는 또다른 도전이 필요한 세계였다.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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