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경기가 끝난 뒤 박항서 한국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과 리정만 북한 감독(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남북 선수단이 대형 한반도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조인원기자 join1@chosun.com

“다음엔 평양에서 만납시다.”
북한 축구선수단이 8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답례 오찬을 가진 데 이어 5시 인천공항을 통해 북으로 돌아가면서 3박4일간의 남북통일축구경기 일정이 모두 끝났다.

답례 오찬에서 리광근 북한 선수단 단장은 “형제적인 성원을 보내 준 서울 시민과 남녘동포들에게 사의를 표한다”며 “우리 모두 평양에서 다시 만나자”고 건배를 제의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도 “통일축구경기가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다시 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다”며 화답했다.

북한 선수단은 오찬에 앞서 말끔한 단복 차림으로 한반도기를 손에 든 채 1시간 동안 경복궁 나들이에 나섰다. 장웅 IOC위원의 아들인 GK 장정혁은 “북에서는 역사공부를 중시한다”며 “사진으로만 보던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유적을 실제로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90년 10월 이후 12년 만에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통일축구경기는 0대0 무승부로 끝났다. 6만여석의 경기장이 꽉 찬 가운데 ‘아리랑’ 가락 속에 입장한 남북대표팀은 경기 전 함께 사진촬영을 하며 선전을 다짐했다.

한국은 당초 한수 위의 전력으로 평가받았으나 이동국과 김은중, 이천수 등 최전방 공격수 트리오의 호흡이 맞지 않아 고전했다. 전반전은 오히려 북한이 날카로운 역습을 선보이며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북한은 전반 4분 전영철의 슈팅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드는 등 잘 짜여진 조직력을 선보였다. 한국은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진 북한을 압도했으나 골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에 실패했다. 아시안 게임 우승이 목표인 한국으로선 미드필드와 공격의 짜임새에서 문제점을 확인한 경기였다.
남북 선수들은 경기 후 대형 한반도기를 함께 들고 그라운드를 돌아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리정만 북한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통일의 열망을 안고 잘 싸웠다”며 “이런 대결의 기회가 앞으로도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항서 한국 감독은 “북한은 공격수들의 스피드가 빠르고 공수전환도 빨랐다”며 “역사적인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러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학수기자 haks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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