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 5박6일간의 러시아 극동지역 방문을 마치고 귀로에 올랐다고 한다. 우선 의아한 것은 왜 하필이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경제개혁의 모델을 찾고자 하느냐 하는 점이다.

푸틴 대통령은 23일 김정일과의 정상회담 후 언론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가 한반도 안정에 대해 지속적 관심을 갖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반도 상황에 ‘러시아 변수’를 적극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 지도부가 진정 북한이 현재의 정치·경제·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길 희망한다면, 러시아 변수에 의존하기보다는 한·미·일 등이 요구하는 개혁·개방 과제를 실천하는 쪽이 훨씬 확실하고 성공가능성이 높은 길일 것이다.

따라서 조만간 있게 될 미국 특사의 평양방문과 일·북 회담 등에서 북한은 핵·미사일 문제같은 국제적 관심사에 대해 진지하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안보 위기를 정권연명과 경제적 이득을 취할 기회로 보는 과거의 방식을 답습한다면, 러시아조차 북한을 지원할 명분과 방법이 마땅치 않게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비롯해 최근 양측 간에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한반도종단철도(TKR) 등이 활발히 협의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 타당성 자체도 의문이지만, 이 철도선들을 연결해주는 대가로 러시아가 북측에 무기를 제공하는 식의 거래가 논의되고 있다면 이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기회와 번영의 길이 되어야 할 철도선 연결 대가가 살상용 무기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 뿐더러, 그 비용을 한국측에 부담시키려는 논의가 양측 간에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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