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 외곽에 위치한 영빈관 ‘돔 페레가보로프’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또 지난해 8월 ‘모스크바 선언’의 구체적 이행 방안과 극동 지역과 북한 간의 경제협력 문제도 논의됐고, 한반도 정세 전반에 대한 입장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장에 들어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년 만에 본다”고 말하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이번 방문에 1000배 만족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2시간이 넘게 회담했다.

핵심 의제로 다뤄진 TSR·TKR 연결 문제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가 직접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발표된 ‘모스크바 선언’에 포함된 TSR·TKR 연결 문제가 답보상태에 머물자, 김 위원장에게 다시 한번 이를 거론했다. 북한이 TKR·TSR 연결 대가로 러시아측에 요청해온 러시아제 무기 제공 문제 등도 새롭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은 극동지역 주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극동지역사회개발회의에서 “한반도 종단철도가 연해주·극동을 거치지 않을 경우, 중국을 거쳐 연결될 수 있다”고 관련자들에게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서는 대북(對北) 전력지원 및 화력발전소 현대화 문제 등 경협 방안도 집중 논의됐다고 회담에 참석한 러시아 관계자들은 전했다.
러시아 내 북한 전문가들은 양국이 지난해 모스크바 선언에 포함시킨 경제·군수·문화 등 양국의 포괄적인 협력 분야 외 러시아의 최대 관심사인 TKR·TSR 연결 문제를 자신들이 원하는 전력지원이나 무기도입 카드와 연계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러시아는 북측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진항, 김책제철소 현대화 작업, 소련 지원하에 건설된 북한 내 화학 공장 지원 방안, 야쿠치아 공화국 코크스용 석탄 도입문제, 북한 노동자 추가 송출 문제에 대해 적극 지원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은 현재 1만2000여명의 북한 노동자수를 2500여명 추가 송출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보스토크=鄭昺善특파원 bs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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