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 오는 25~26일 제주도에서 열리게 됨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던 남북 군사교류 부문에 새 장이 열리게 됐다.

휴전 이후 총부리를 겨눠 온 양측 군 수뇌가 만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회담 장소가 홍콩에서 제주도로 바뀐 것도 국방장관 회담의 장래에 대해 희망적인 관측을 낳고 있다.

남북 양측은 그동안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 홍콩이나 베이징 등 제3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김일철(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17일 오전 조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6·15 남북 공동선언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남한 측 지역인 제주도로 먼저 가겠다’며 수정 제의했다.

김종환(김종환) 국방부 정책보좌관(중장)은 “회담 장소를 홍콩으로 할 경우 비자발급 등 행정적인 문제로 시간이 촉박한 점도 북한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의제는 우선 경의선 복원 및 개성~문산간 도로 개설 문제에 집중될 전망이다. 우리 측은 지난 14일 경의선 복원 및 도로개설 문제를 비롯해 대규모 부대이동 통보, 군사 직통전화 설치, 군사연습 참관 등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측은 지난 13일에 이어 이날도 경의선 복원 및 개성~문산 간 도로 개설 문제를 논의하자고 서한에서 명시, 의제를 경의선 및 도로 문제로 국한했다.

이에 따라 북측은 우리 측이 관심을 갖고 있는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에는 일단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표단 구성과 북한 대표단 입국경로도 관심거리다. 북측은 대표단에 장관을 포함한 대표 5명, 수행원 5명으로 하자는 우리 측 제의에 동의, 각각 10명의 대표단이 구성될 예정이다.

우리 측은 조 장관을 비롯해 김 정책보좌관 등 현역 장성 3명, 다른 부처 간부 1명으로 구성된다. 북한군 대표단은 고려 민항기(IL-62)를 통해 서해상을 가로질러 추자도 북서 공해상에서 꺾어지는 ‘ㄷ’자 항로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언론사 사장단 방북 때 언급한 ‘휴전선 직항로’를 이용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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