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방북비를 대납했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이 이를 뒷받침하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진술 조서 내용을 5일 법정에서 일부 공개했다. 이 진술서는 이씨 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작성됐는데, 현재 이화영씨는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 상태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쌍방울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씨 재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씨가 작년 6월 9일과 14일, 18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작성한 진술 조서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당시 조사에서 “쌍방울 측이 북한에 방북 비용 100만~200만달러를 보내는 등 일이 잘되는 것 같고 2020년 초에는 방북이 성사될 것 같다고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며 “현대아산 사례처럼 기업을 껴야 방북이 수월하다고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 보고를 들은 이 대표가 “잘 진행해 보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이씨는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화영씨는 2019년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가 부담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명목 500만달러,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쌍방울이 북한에 대신 지급하게 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검찰은 “(이제 와서) 이씨가 검찰의 회유와 압박으로 허위 진술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씨는 철저히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진술했다”며 “작년 6월 검찰 조사는 이씨와 변호인 동석하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씨 스스로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 보고 사실을 진술했다”며 “이씨는 작년 8월 검찰 조사에서 ‘(민주당이) 검찰의 회유에 따른 허위 진술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런 사실이 전혀 없고 제가 알고 있는 내용대로 진술했다’고 했다”고 했다.

또 검찰은 “이씨가 현대아산 사례를 들며 진술한 내용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진술의 임의성(자발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작년 6월에 그와 같은 진술을 했다는 이화영씨는 작년 9월 진술을 번복했다고 한다. 이씨의 아내가 법정에서 남편을 향해 “정신 차리라”고 소리치고 변호인이 민주당 측 인물로 교체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 이씨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쌍방울이 800만달러를 대납했다는 건 이 대표를 기소하려는 검찰의 창작”이라고 밝혔다. ‘500만달러’는 쌍방울이 대북 사업 계약금 명목으로 북한 경협 단체에 지불한 금액이고, ‘300만달러’는 이 대표가 아닌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방북 비용이라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이화영씨 재판은 1년 5개월째 1심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재판은 변호인단 교체, 법관 기피 신청 등으로 지연됐다. 지난달 법관 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바뀌면서 이날까지 공판 갱신 절차가 진행됐다. 이르면 다음 달 판결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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