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제105주년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은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며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언급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구현되는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자유·인권·법치 등 자유민주주의 철학을 반영한 새로운 통일 구상을 마련 중이다. 1994년 공식화한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통일관을 올 8·15 광복절에 즈음해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이제 우리는 모든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면서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다시 일으켜 자유를 확대하고 평화를 확장하며 번영의 길로 나아가, 그 길 끝에 있는 통일을 향해 모두의 마음을 모으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은 여전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가며 최악의 퇴보와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멸의 주적’으로 규정한 데 대해 “북한 정권의 폭정과 인권유린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고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 기념사를 통해 ‘통일’을 정면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작년 3·1절 기념사에서 “3·1 만세 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었다”고 했다. 올해엔 여기서 나아가 3·1운동 정신은 북한 주민들까지 자유와 인권을 누릴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적 통일로 완성된다는 점을 윤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밝혔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기조는 북한 정권이 연말·연초 한국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헌법에서 ‘통일’ ‘민족’ 등을 삭제하고 나온 것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남한을 향해 ‘같은 민족도 아니고 통일도 영원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온 상황에서, 체제 우월성과 정통성을 바탕으로 통일 담론을 주도해 가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북한의 최근 태도 변화와 윤 대통령의 철학 등을 반영해 기존의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대체할 새로운 통일 방안을 마련 중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통일 구상을 통해) 우리가 반드시 관철해야 할 자유민주주의 통일, 북한의 모든 주민이 함께 자유와 번영을 누리도록 만드는 것이 당위이고 명분”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윤 대통령은 애초 2월 중순 예정했던 독일 방문 때 동·서독 통일의 상징적 장소를 방문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일 방문이 미뤄지면서 3·1절을 통해 통일을 화두로 제기하고 구체적인 통일의 가치와 방향을 담은 새로운 통일 구상은 8·15 경축사 등을 통해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국제적 통일 여건 조성에도 나서야 한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에서도 “자유로운 통일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작년 8월 미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 회의 때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에 대해 미·일의 지지를 끌어내 공동성명에 명시한 것도 국제적 통일 여건 조성을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일 관계에 대해서는 “기미독립선언서는 일본을 향해 우리의 독립이 양국 모두 잘 사는 길이며 이해와 공감을 토대로 새 세상을 열어가자고 요구했다”며 “한일 양국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고, 자유·인권·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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