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북한 당국이 ‘김정일의 생가’라고 주장하는 양강도 삼지연시의 ‘백두산 밀영’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2019년 북한 당국이 ‘김정일의 생가’라고 주장하는 양강도 삼지연시의 ‘백두산 밀영’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헌법에서 ‘통일’ ‘민족’ 등의 용어 삭제를 지시한 가운데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된 노래도 금지곡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과 관련된 가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다.

20일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김정일과 관련된 ‘장군님 가리키신 곳’이란 제목의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해 주민들이 혼란에 빠졌다고 북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장군님 가리키신 곳’이란 노래에는 ‘우리의 장군님 가리키신 그곳은/ 아, 통일된 나라 하나 된 민족’이라는 가사가 포함돼 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 시대에는 조국통일위업이 우리 민족의 최대숙원이었다”면서 “하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남한말을 쓰지 못하게 하더니 이제는 급기야 남한을 완전한 외세침략자라고 낙인 찍었다”고 했다.

이어 “조국통일에 대한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고 통일 관련 노래도 금지시키자 일부에서는 황당해하고 있다”면서 “선대 수령들의 평생의 유훈을 뒤집은 것도 모자라 한민족의 정체성마저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특히 ‘장군님 가리키신 곳’이라는 노래까지 금지한 것에 일부 주민들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자기 아버지의 사상과 철학이 담긴 노래마저 금지시키니 자식 된 도리로서 불효막심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주민들은 일상에서 노래 부를 기회가 생기면 ‘반갑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나요’ 등 통일노래를 애창곡으로 많이 불렀다”면서 “그런데 당국이 이제부터 ‘장군님 가리키신 곳’마저 부르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소식통은 “이에 주민들은 수령님과 장군님의 평생의 소원(통일)이 원수님(김정은) 대에 끝장났다고 말한다”면서 “자기(김정은) 시대가 되었다고 선대 수령들의 숙원인 조국통일위업을 다 뒤집어엎고 영원히 다른 나라, 다른 민족으로 갈라져 살길 명령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의 지시 이후 북한 내 온·오프라인 자료에서 통일을 상징하는 한반도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 북한 관영 방송 조선중앙TV는 날씨 프로그램에서 한반도 전체가 표시돼 있던 기존 배경 이미지 대신 북한 지역만 확대한 이미지를 사용 중이다. 북한 외무성 웹사이트에 게재된 북한 국가(國歌)인 애국가 가사에서 ‘삼천리’라는 표현도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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