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헌법에서 ‘통일’ ‘민족’ 등의 용어 삭제를 지시한 이후 북한 내 온·오프라인 자료에서 통일을 상징하는 한반도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
19일 북한의 공식 무역·투자 전용 사이트 ‘조선의 무역’ 홈페이지를 보면 한반도 이미지를 포함한 세계지도 그림이 사이트에서 지워졌다. 종전에는 붉게 칠해진 한반도가 표시된 세계지도가 페이지 상단에 자리 잡고 있었다. 외국문 출판사가 운영하는 ‘조선의 출판물’ 사이트 첫 페이지에 있던 한반도 이미지도 최근 삭제돼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북한 관영 방송 조선중앙TV는 날씨 프로그램에서 한반도 전체가 표시돼 있던 기존 배경 이미지 대신 북한 지역만 확대한 이미지를 사용 중이다. 북한 외무성 웹사이트에 게재된 북한 국가(國歌)인 애국가 가사에서 ‘삼천리’라는 표현도 삭제됐다. 애국가 가사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은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바뀌었다. 김정은이 올해 초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을 향해 “’삼천리 금수강산’ ‘8000만 겨레’ 등 남북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낱말들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김정은이 “수도 평양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다”며 철거를 지시한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도 이미 위성사진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김정은은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런 조치에 대해 “자신들의 애국가에서 5000년 민족 터전 한반도를 의미하는 ‘삼천리’ 단어를 지우며 통일 관련 용어조차 없애려고 하는 반민족적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