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北 방문한 쿠바 대통령 - 2018년 11월 북한을 방문한 미겔 디아스카넬(왼쪽) 쿠바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반구 유일의 공산국가 쿠바는 북한의 ‘형제 국가’로서 함께 반세기 동안 반미(反美) 기치를 내걸었지만, 김씨 일가와 유대가 돈독했던 카스트로 형제의 통치가 종식된 후 양국 간 교류·협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동신문
2018년 北 방문한 쿠바 대통령 - 2018년 11월 북한을 방문한 미겔 디아스카넬(왼쪽) 쿠바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반구 유일의 공산국가 쿠바는 북한의 ‘형제 국가’로서 함께 반세기 동안 반미(反美) 기치를 내걸었지만, 김씨 일가와 유대가 돈독했던 카스트로 형제의 통치가 종식된 후 양국 간 교류·협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동신문

한국이 ‘북한 형제국’ 쿠바와 수교했다.

한국과 쿠바는 1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 관계를 맺었다. 이번 쿠바와 수교로 한국 수교국은 193국으로 늘어났다.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은 중동의 친북 국가인 시리아 한 곳만 남게 됐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양국 간 교류는 단절됐다. 공산 국가가 된 쿠바는 1960년 북한과 수교하고 ‘참호를 공유한다’는 특수 관계를 유지해 왔다. 북한을 방문한 쿠바 카스트로는 “하나의 조선만 있을 뿐”이라며 김일성을 지지하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최근 북한이 러시아·중국과 밀착하며 옛 공산권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외교가 북한 우방인 쿠바와 국교를 수립한 것”이라며 “북한의 오랜 친구를 우리 편으로 돌렸다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했다.

외교부는 이날 “이번 수교는 우리의 대중남미 외교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우리 외교 지평을 더욱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경제 협력 확대 및 우리 기업 진출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양국 간 실질 협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쿠바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들에 대한 체계적인 영사 조력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쿠바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 불참하며 북한 편을 들었다. 서반구 유일 공산 국가인 쿠바는 반세기 동안 북한과 함께 반미(反美) 기치를 내걸며 ‘형제 국가’로 지냈다. 하지만 김씨 일가와 유대가 돈독했던 카스트로 형제의 통치가 종식된 후 북한과 쿠바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 반면 우리 정부는 2000년부터 쿠바에 직접 수교를 제안하며 쿠바의 팔을 당겼다. 이후 한국과 쿠바 간 경제·문화 교류가 늘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쿠바 통치했던 카스트로 형제 - 2004년 7월 31일 피델 카스트로(왼쪽) 당시 쿠바 대통령과 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이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의회에 참석한 모습. /AP 연합뉴스
쿠바 통치했던 카스트로 형제 - 2004년 7월 31일 피델 카스트로(왼쪽) 당시 쿠바 대통령과 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이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의회에 참석한 모습. /AP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의식해 영사 관계 수립이나 통상대표부 상호 개설을 제안하는 데 그쳤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쿠바에 정식 수교 의지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 재작년 9월 유엔 총회 계기 외교장관 회담을 제안했지만 쿠바 측이 거부했고, 개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우리 정부 대표단의 쿠바 방문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핼러윈 참사 당시 쿠바에서 위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 전기가 됐다. 그해 11월 외교부 중남미국장이 쿠바를 방문해 외무부 관계자에게 장관 명의로 된 친서를 전달해 사의를 표했다. 이어 작년 5월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카리브국가연합(CAS)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고위급 회동까지 성사됐다.

정부 관계자는 “쿠바와 수교하면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경제·기후변화·관광·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이 가능한 상대라 판단한다”고 했다. 이번에 쿠바와의 수교가 성사되면서 국제 무대에서 북한이 느끼는 외교적 고립감과 초조함이 깊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이런 점이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에 유효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관계 개선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수교 의지도 강했다고 한다.

양국은 미수교 상태에서도 문화·관광 등 비(非)정치 분야에서 교류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 5년(2014~2019년) 동안 쿠바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5000명에서 1만5000명으로 3배가 됐다. 쿠바 내 한국 드라마, K팝 팬클럽 회원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 개교한 한글학교 수업에 현지인 100여 명이 몰리는 등 한국에 대한 쿠바 국민의 인식도 긍정적인 편이라고 한다. 재작년 기준 양국 교역액은 2600만달러(약 355억원)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늘어날 여지가 크다.

박진 외교부 장관( 앞줄 가운데)이 2023년 5월 11일(현지 시각) 과테말라 안티구아에서 열린 카리브국가연합(ACS) 각료회의에서 비공개 회동을 통해 수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쿠바의 호세피나 비달(Josefina Vidal.빨간 원) 외무부 차관과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앞뒤로 서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있다./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 앞줄 가운데)이 2023년 5월 11일(현지 시각) 과테말라 안티구아에서 열린 카리브국가연합(ACS) 각료회의에서 비공개 회동을 통해 수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쿠바의 호세피나 비달(Josefina Vidal.빨간 원) 외무부 차관과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앞뒤로 서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있다./외교부 제공

한국과 쿠바가 수교할 때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방해 공작’도 있었을 수 있다. 2016년 6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 수장으로는 처음 쿠바를 방문할 당시 북한 김영철 등이 직전에 쿠바를 찾아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며 견제에 나선 적이 있다. 전직 외교부 간부는 “쿠바와 수교하는 일은 중남미에 새로운 외교 거점을 마련한다는 외교적 의미도 있다”고 했다.

[쿠바는 어떤 나라]

디아스카넬 집권하며 산업정책 등 개혁 나서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쿠바는 카리브해에서 가장 큰 섬나라로 면적은 한반도의 절반 정도이고, 인구는 약 110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65%가 백인이다. 스페인 식민지로 있다가 1898년 독립한 뒤 친미 성향의 바티스타 군부 정권이 1958년까지 통치했다. 이때만 해도 대표적인 친미·친서방 성향 국가였지만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주도한 공산 혁명이 성공한 뒤에는 강력한 반미 공산국가로 변했다. 2016년 피델 카스트로가 사망한 뒤 후계자인 라울이 2021년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결함을 인정하며 부분적인 노선 전환에 나섰다. 이어 후임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대부분 산업에 민간 참여를 허용하는 등 부분적 개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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