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북한인권 이사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정동 조선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김태훈 북한인권 이사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정동 조선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오는 17일은 북한 인권 운동의 ‘바이블’로 불리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발간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2014년 발간된 보고서는 북한 내 인권 침해를 북한 당국에 의한 ‘반인도범죄’라고 규정하고, 북한 당국이 주민 보호에 실패한만큼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했다. 이 보고서는 2016년 국회에서 11년간 표류했던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는 기폭제가 된다.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COI 보고서 10주년과 김정은의 대남 전략 변화에 대응해 불완전한 북한인권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특별위원장을 지냈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명예회장 등을 맡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2016년 시행됐지만 법의 핵심인 북한인권재단은 이사 추천에 소극적인 야당으로 인해 8년째 운영되지 않고 있다. 북한 인권 운동을 해온 김 이사장 역시 몇 년째 여당 추천 이사 후보에 올라 있다. 김 이사장은 “솔직히 더는 달갑지도 않다”고 했다.

-제대로 시행 안 된 북한인권법을 왜 다시 개정해야 하나.

“남북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북한은 동족 관계를 부정하고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김정은이 대남 대화기구를 없애는 상황인데, 우리 북한인권법의 핵심은 남북대화와 인도적 지원이다. 우리만 대화 일변도로 가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 법 자체도 당시 여야 합의 이루려다보니 아주 불완전한 형태다.”

-남북대화와 인도적 지원은 필요한 것 아닌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도의 아마르티아 센은 대규모 식량난과 아사(餓死)가 왜 일어나는 지 연구했다. 식량난은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식량 접근권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결론이었다. 공급 체계를 일부가 독점하는 경우인데 북한이 대표적이다. 이걸 도외시하고 무조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COI 보고서의 핵심 주제 중 하나다.”

-북한인권법을 어떻게 고쳐야 하나.

“COI 보고서 정신으로 돌아가면 된다. 당시 보고서는 북한 인권 문제에서 사상통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주민의 자유권을 증진해야 하고 그 중 핵심이 정보 접근권인데 현재 북한인권법에는 그런 내용이 한 줄도 없다. 오히려 민주당 정권은 대북전단금지법이라는 악법을 만들었다. 북한 내 정보접근권을 지원하는 미국 북한인권법과 너무 대조적이다. 법을 개정해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두고, 동시에 북한 인권 교육, 북한 인권 기록 보존소 기능도 훨씬 강화해야 한다.”

-북한 인권 기록 보존소는 현재 운영되지 않나.

“시행령으로 통일부 산하에 운영 중인데, 3개월마다 정리한 내용을 법무부에 보낸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향후 북한 내 인권 범죄를 수사할 기회가 왔을 때 기소에 충분할지 의문이다. 인권 기록 보존소 설립 목적도 ‘북한 내 인권 증진을 위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반인도 범죄 처벌과 기소를 위해 운영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검사 같은 수사 인력이 기록 수집 때부터 관여해야 한다. 반인도 범죄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북한 인권 관련 정책 결정 기구를 국가교육위원회처럼 대통령 직속이나 최소한 총리 직속으로 올려야 한다. 지금까진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핵을 풀기 위해 연계시키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이제는 북한 인권 정책을 주류화시켜야 한다. 북핵의 고도화와 미사일 기술의 발전은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자유권을 억압하고 노동력을 착취한 인권 탄압의 결과 아닌가.”

-태영호, 지성호 의원 등이 북한인권재단에 상근 이사 2명을 두고 이 중 1명을 야당에 추천권을 주는 개정안을 냈다.

“야당을 달래서 연 140억원 예산을 받으면 탈북자 지원에도 쓰고 좋지 않냐는 취지로 보인다. 이해는 하지만 우려스럽다. 현재 불완전한 북한인권법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북한 인권 단체의 호소에도 이사 추천에 협조하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추천한 상근이사가 들어오면 북한인권재단이 북한 인권에 재대로 목소리를 내겠나. 북한인권법 개정이 우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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