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1기 미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은 30일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에 부적합하다”며 “그가 재선되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무모한 협상을 임기 초에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러 등에 유리한 외교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며 “트럼프의 재선을 누가 가장 반길지 푸틴과 시진핑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고운호 기자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고운호 기자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 2020년 펴낸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새로 쓴 18쪽 분량의 서문에서 “그(트럼프)는 평양에 (대북 제재 해제 등) 너무 많은 양보를 하려고 했는데, 두 번째 임기 초기에 (이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무모한 협상은 일본과 한국을 추가로 소원하게 할 수 있으며 중국의 영향을 확대할 수 있다”며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는 것을 포함해 중국·러시아간 (관계) 축에서 북한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재결합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 트럼프가 김정은과 접촉을 재개했을 때 행복감을 상상해보라”고도 했다.

볼턴은 “그의 첫 4년이 나빴다면, 두 번째 4년은 더 나쁠 전망”이라며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보복에만 관심이 있으며, 이는 두 번째 임기의 대부분을 소비 할 것”이라고 했다. 볼턴은 “대만과 중국의 인도·태평양 주변은 트럼프 2기 때 진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현재까지도 대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추구하는 트럼프는 지난 2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집권 시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해서라도 대만을 중국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냐’는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고 “대만이 우리의 반도체 사업을 모두 가져갔다”고만 했다. 한때 최고의 반도체 제조사였던 미국 인텔이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 선두를 빼앗긴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우리는 (한때) 모든 칩을 자체 생산했지만 지금은 90%가 대만에서 생산된다. 대만이 똑똑하게 우리 사업을 빼앗아갔다”라고도 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보도된 2019년 2월28일 북한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 미북 정상회담. /뉴스1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보도된 2019년 2월28일 북한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 미북 정상회담. /뉴스1

볼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중국이 가까운 미래에 대만을 상대로 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은 급격히 증대할 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수백 마일의 대양(대만해협)을 건너는 것은 가공할만한(formidable) 임무이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을 물리적으로 침공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중국 해군은 대만을 봉쇄할 것이며 아마도 대만 본토 근처의 섬을 점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볼턴은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중국이 대만을 흡수하는 것을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옵션이라고 믿을 수 있다”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국은 공포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대만 봉쇄’에 대항하는 것이 실패하고 대만이 독립을 상실할 경우 중국 근처의 나라 대부분은 미국과의 동맹이나 우호 관계가 너무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며 “그 경우 이들은 핀란드화라는 ‘중립국화’ 정책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볼턴은 “대만의 몰락(fall)은 거의 모든 남중국해에 대한 병합 주장을 최종화할 수 있도록 중국을 격려하게 될 것”이라면서 “(남중국해를 통한) 일본, 한국, 특히 중동 석유 등 무역, 통상은 중국 통제를 받게 될 수 있다”고 했다.

볼턴은 트럼프의 대러 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기쁘게 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2기 정책이 모스크바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