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7개월 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미국 송환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의 부모 신디(왼쪽)와 프레드(오른쪽) 웜비어씨가 2019년 11월 방한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북한에 17개월 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미국 송환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의 부모 신디(왼쪽)와 프레드(오른쪽) 웜비어씨가 2019년 11월 방한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북한에 17개월 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미국 송환 후 엿새 만에 숨진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씨의 부모가 미국 재무부에 북한 동결 자산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미국 내 북한 자산이 있는지 확인해 아들의 죽음에 대한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VOA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의 대외 제재 담당국인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지난달 19일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재무부가 파악해 동결한 북한 자산을 웜비어 부모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인정해 달라는 보호 명령 요청서를 제출했다. 웜비어의 부모가 재무부에 요청한 북한의 자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지만, 자칫 미국의 영업비밀보호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니 재무부가 그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도록 미국 법원이 보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달 23일 보호 명령을 승인했다.

웜비어 부모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씨는 2018년 아들을 사망하게 만든 북한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제기해 승소했다. 당시 미국 법원은 북한이 웜비어씨 부모에게 5억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이들은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북한의 자산을 추적해 왔다.

2018년 4월 북한의 석탄 운반선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에 압류되자, 웜비어 부모는 해당 선박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 매각 대금 일부를 지급 받았다. 2019년부터는 매년 법원의 보호 명령 하에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파악한 북한 자산 정보를 제공 받고 있다. 미국 민간은행에도 동결된 북한 자산 정보를 요구해, 지난해 11월에는 뉴욕멜론 은행에 예치된 220만3258달러(약 28억9000만원)의 소유권을 인정 받았다.

법적 절차를 밟는 데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드는 데도 이런 일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프레드 웜비어씨는 2019년 11월 한국 방문 당시 “우리의 임무는 북한이 (인권침해) 책임을 지도록 전 세계에 있는 북한의 자산을 찾아 확보하는 것이다. 북한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돈을 벌지 못하도록 싸울 것”이라고 했다. 신디 웜비어씨는 “나는 죽을 때까지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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