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신문과 방송은 29일 남북한 해군의 서해교전을 미국이 오는 7월 둘째주 대북특사 파견을 제의한 것과 관련지어 비중있게 보도했다.

미 언론은 이번 사건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특사 파견이 영향받을지 여부를 예단하진 않았으나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특사 파견설 등을 서해교전 기사에 포함시켜 이 사건이 북미대화 재개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면에 한국 국방부와 합참본부의 발표를 인용, 북한이 선제공격으로 남북 해군간에 서해교전이 발생, 한국 해군 4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했으며 1명이 실종되고 북한 경비정도 화염에 휩싸였다고 전하면서 북한의 과거 모든 침범에서 보듯 최대 의문점은 이번 도발이 의도적인 것인지 여부와 만일 의도적이라면 동기가 무엇인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LA 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정부에 정치적, 혹은 군사적 대응까지 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이는 온건한 설득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김 대통령의 오랜 믿음을 손상시키고 최근의 남북화해 노력도 후퇴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서울사무소장은 '미국측의 반응은 훨씬 복잡할 것'이라면서 부시 행정부는 어떠한 북미관계 개선도 더 좋은 남북관계를 전제로 한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분명히 미국에 대 한반도 신뢰를 생기게 하는 데 별 로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택 연세대 교수는 이번 교전이 `의도적'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거의 없다면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남한이 월드컵을 통해 받은 영광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서해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고 있고 남북 군사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몇몇 안되는 지역중 하나이기 때문에 북한이 교전 장소로 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뉴스전문케이블 CNN 방송은 한국군이 서해교전후 경계태세를 강화했다면서 북한함정이 올들어 열번째 남한 영해를 침범한 데 이어 발생한 이번 사건이 중단된 북미대화 재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뉴스전문채널 MSNBC 방송은 미 국무부의 한 관리가 지난 27일 (유엔주재) 북한 외교관에게 북미대화를 7월 둘째주 평양에서 열 것을 제의했다며 이번 사건이 남한의 맹방인 미국의 대북대화 재개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MSNBC는 세종연구소 백학순 연구위원의 말을 인용, 북한이 이번 사건을 `별개의' 사건으로 보고 남한에 은밀히 사과할지도 모르나 '만일 이 사건이 순탄히 해결되지 못하면 남한 및 북미 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3대 공중파 방송중 하나인 ABC는 미국이 대북대화 재기 시점을 밝힌 지 몇시간만에 남북간 교전이 발생했다며 켈리 차관보가 방북할 경우 지난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 이후 미 관리로선 북한에 가는 최고위급이 된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웹사이트에서 월드컵 폐막이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서해교전이 지난 99년 6월 연평도 해전 이후 가장 심각한 것으로 월드컵 게임으로 조성된 우호 정신을 깼다고 보도했다.

NY 타임스는 북한이 월드컵에 참가하길 거부했지만 한-이탈리아전과, 한-스페인전 일부를 녹화방송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한-터키 간의 월드컵 3,4위 결정전을 보기 위해 몰려든 한국민들을 실망시켰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 웹사이트는 북한 경비정 한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남한 고속정 한척을 침몰시켜 사상자가 발생, 한반도 화해노력에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미 전국지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이번 사건이 3년만에 남북간에 발생한 가장 심각한 국경충돌이라고 전했다. 미 경제전문통신사인 블룸버그는 한-터키전이 열리기 몇시간전에 교전이 발생했으며 월드컵 공동주최국 남한은 북한군 3명이 잠시 월경했던 지난달부터 경계를 강화해왔다고 타전했다.

CBS, NBC 등 다른 공중파 방송과 뉴스전문 폭스TV 등도 AP 및 연합뉴스 등 통신 등을 인용, 서해교전사실을 신속히 보도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