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의 이공계 대학이자 중앙 대학인 김책공업종합대학. 김책시가 아니라 평양에 있다.

북한의 대학에도 중앙대학과 지방대학의 구분이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은 우리와 다르다. 단순히 평양에 있는 대학은 중앙대학, 평양 이외의 지방에 소재한 대학이면 지방대학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라는 얘기다.

북한에서 말하는 중앙대학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간부들과 기술인재들을 키워낼 목적으로 주로 중앙과 일부 지방의 현지에 세운 중앙급의 대학』을 일컫는다. 중앙(평양)에 있는 대학이라고 해서 모두 중앙대학이 아니며, 지방에 있는 대학이라고 해서 모두 지방대학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북한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유일한 광산대학인 청진광산금속대학, 북한 최초의 농업대학인 원산농업대학은 각각 함북 청진과 강원도 원산에 있지만 엄연히 중앙대학이다. 평북 신의주에 있는 신의주경공업대학이나 황북 사리원에 있는 사리원고려약학대학, 함남 함흥에 있는 함흥수리동력대학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학은 모두 지방에 있지만 지역적 특색을 고려해 현지에 설립한 중앙대학이다.

반면 평양기계대학과 평양농업대학, 평양인쇄공업대학 등은 모두 평양에 있지만 지방대학으로 분류된다. 북한에는 각 도(직할시)마다 각각 2개의 사범대학과 교원대학이 있고, 각각 1개씩의 예술대학과 체육대학이 있는데 이들 대학도 모두 대표적인 지방대학이다. 또한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산업체 부설대학인 공장·농장·어장대학 등도 지방대학에 속한다.

그러면 북한에서 중앙대학과 지방대학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대학의 관리·운영 주체가 누구냐 따라 달라진다. 내각 교육성이 직접 관장하는 대학이면 중앙대학, 해당 도(직할시) 인민위원회 교육부가 관리, 운영하는 대학은 지방대학이다. 물론 지방대학이라 해서 내각 교육성의 지도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당 도(직할시) 인민위원회 교육부를 통한 간접 지도일 뿐이다. 예외적으로 북한 최고의 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은 내각 직속이다.

중앙대학은 대학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전국을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한다. 대학 졸업 후에도 전국의 어느 기관·공장·기업소·연구소 등에 직장을 배치 받을 수 있다. 반면 지방대학은 대학이 소재한 도(직할시) 출신자만 입학할 수 있으며, 졸업 후 직장을 배치 받을 때도 그 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

북한에는 중앙대학·지방대학의 구분과 무관하게「대학」이라는 이름은 달고 있지만 일반 대학과는 그 성격이나 교육내용이 전혀 딴판인 교육기관도 적지 않다.

압록강대학은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으로 대남공작원 양성기관이며, 평양기술대학은 국가안전보위부 간부를 양성하는 곳으로 일명 국가안전보위부 정치대학으로 불린다.

과거 미림대학으로 불렸던 자동화대학은 전자정보전 수행을 위한 인력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인민무력부 소속 특수대학이다. 인민경제대학과 국제관계대학은 중앙당 직속 당간부 재교육기관이며, 각 도(직할시)마다 하나씩 있는 공산대학 역시 지방당 초급간부를 양성하는 특수 교육기관이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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