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양(瀋陽)에서 발생한 탈북자 망명시도 사건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을 지켜보는 한국민의 심정은 분노어린 착잡함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는 우리 동포 문제로 인해 양국이 마찰을 빚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동시에 양국 간 갈등이 탈북자들의 신병처리에 조금이라도 불리하게 작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중국 경찰이 일본 총영사관에서 탈북자들을 끌고가는 과정에서 일본 영사의 허락이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양국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국가 자존심 문제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우리는 양국 간 외교논쟁에 끼어들 의사는 전혀 없지만, 당시 현장 상황만을 놓고 보더라도 양국 모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총영사관에 들어온 탈북자가 살려달라고 절규하면서 처절한 모습으로 끌려가는 동안 일본 외교관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외교관으로서의 기본적인 대처능력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간적 동정심만이라도 가졌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중국 경찰에게 떨어진 모자를 집어주고 고맙다는 말까지 했다는 보도이고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중국 당국은 일본 총영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이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등에 아이를 업은 아낙이 무장 테러리스트라도 된다는 말인가. 한 목숨 부지하기도 힘든 탈북자들이 도대체 무슨 힘이 있어 외국 공관에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인가. 중국 경찰이 국제법상 무리를 저지르면서 그토록 잔인하게 탈북자를 체포했어야 할 긴급성은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다.

양국은 진실에 입각해 외교갈등을 신속히 매듭짓되, 과잉조치와 미숙한 대응, 그리고 반인륜적 처사에 대해서는 적절한 해명과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첫 단계는 이번 일의 희생자인 탈북자들에 대한 최선의 배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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