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정권 비판 연설을 했던 탈북 청년 김일혁(28)씨는 최근 북한의 지방선거에서 64년 만에 반대표가 등장한 것에 대해 “명백한 정치 선전”이라고 했다. 김씨는 지난 7일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북한 선거를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수십 년 만에 반대표가 등장했다는 뉴스를 보고 실소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지방선거 결과를 발표하며 0.1% 안팎의 반대표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겉으로 민주주의를 위장한 북한 정권의 얕은 술수”라며 “비밀투표와 자유선거를 보장하는 것처럼 속이려다 오히려 이 사안들은 절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버린 셈”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투표소 풍경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도 못할 장면”이라며 “애초에 찬성표와 반대표를 넣는 투표함이 분리돼 있고, 투표함 주변에서 선거 관리원들이 이를 지켜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정말로 자유선거를 보장한다면 왜 반대표는 0.13%에 그쳤겠나”며 “이는 역설적으로 반대표를 던질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북한에 있을 당시 김씨는 선거 운동에 수차례 동원됐었다고 한다. 김씨는 “선거 구호는 ‘투표합시다’가 아닌 ‘찬성합시다’일 정도로 북한 정권은 노골적으로 찬성 투표를 종용한다”고 했다.

한국에 넘어와 ‘한 표’의 가치를 알게 된 탈북민들은 투표 참여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김씨는 “탈북민의 투표율이 높은 건 북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정치적 효능감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에서의 한 표와 한국에서의 한 표는 그 무게가 어마어마하게 다르다”고 했다. 한국에 온 이후 처음 18대 대선에 참여했던 김씨는 “이것이 진짜 비밀투표구나라고 느꼈다”며 “투표용지에 그렇게 사람 이름이 많은 건 처음 봤다. 또 어떤 후보에 투표했는지 주변 사람이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2012년 1월 탈북한 김씨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유엔, 국제 NGO 단체 등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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