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창원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된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관계자들./뉴스1
 
이른바 '창원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된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관계자들./뉴스1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남 창원 ‘자통(자주통일 민중전위)’ 사건 피고인들이 7일 법원의 보석(保釋) 결정을 받고 풀려났다. 이른바 ‘창원간첩단’으로 불리는 이들은 지난 3월 구속 기소됐는데, 9개월 동안 정식 재판은 단 두 차례밖에 받지 않았다. 검찰이 보석 조건에 포함해달라고 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 부착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강두례)는 이날 자통 사건으로 기소된 황모씨 등 4명에 대해 보석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황씨 등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보증금 5000만원을 내고 거주지도 일정한 공간으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출국을 금지하고 여행을 허가받고 다녀야 한다는 등의 조건도 걸었다.

다만 검찰이 요구했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은 보석 조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9월 진행된 보석 심문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이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도망할 염려 등이 크다”면서 스마트 워치 형태의 전자팔찌를 착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피고인은 “(검찰이) 전자팔찌 등을 보석 조건으로 이야기하는데 받을 수 없다”며 “그렇게 행동한다면 국가에 대해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자통 조직원들은 김일성·김정일 주의와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고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 완수를 목표로 비밀리에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활동 목표인 강령(綱領)과 행동 수칙인 규약(規約)을 북한에서 하달 받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황씨 등에 대한 정식 재판은 기소 이후 다섯 달 넘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증거와 쟁점 등을 정리하는 공판 준비 절차에서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했다가 기각되자 항고, 재항고를 하며 시간을 끌었다. 국민참여재판 허용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진행되지 못했다. 피고인들은 지난 8월 대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기각되고 겨우 본 재판이 열리자 곧바로 보석도 신청했다.

정식 공판이 두 차례 열린 이후에는 재판부를 상대로 기피 신청까지 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기피 신청을 기각하자 재항고를 한 상태다. 이 때문에 세 달째 재판이 멈춰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노골적인 시간 끌기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자통 사건 피고인들의 1심 구속 기한은 5일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심에서의 구속 기간은 6개월이지만, 재판부 기피 신청에 따른 심리 기간은 이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 법조인은 “1심 구속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 자칫하면 아무 조건 없이 석방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법원으로서도 보석 조건을 달고 석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