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차관에 제2 연평해전 승전의 주역이자 국가유공자인 이희완(47·해사 54기) 현역 해군 대령이 임명됐다. 대통령실은 6일 이런 인선을 발표하며 “이 대령은 연평해전에서 양다리에 총상을 입고도 정장을 대신해 고속정을 지휘하고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한 영웅”이라며 “영웅이 대우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이번 인선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현역 대령이 중앙 부처 차관에 기용되기는 처음이다.

전사한 윤영하 소령 묘소 찾아 경례 - 이희완 신임 보훈부 차관이 2015년 6월 제2연평해전 전사 장병 13주기를 앞두고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참수리 357호 정장(함장)이었던 윤영하 소령의 묘소를 찾아 경례하고 있는 모습. 이 신임 차관은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참수리 357호 부장(부정장)으로 참전, 다리에 중상을 입고도 20여 분간 승조원을 지휘하며 사투를 벌여 승전에 기여했다. 당시 입은 부상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연합뉴스
 
전사한 윤영하 소령 묘소 찾아 경례 - 이희완 신임 보훈부 차관이 2015년 6월 제2연평해전 전사 장병 13주기를 앞두고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참수리 357호 정장(함장)이었던 윤영하 소령의 묘소를 찾아 경례하고 있는 모습. 이 신임 차관은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참수리 357호 부장(부정장)으로 참전, 다리에 중상을 입고도 20여 분간 승조원을 지휘하며 사투를 벌여 승전에 기여했다. 당시 입은 부상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연합뉴스

이 대령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왜곡된 시선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두루 챙기겠다”면서 “다리 한쪽은 잘려 나가 의족에 의지해 걷지만 호국 영령과 국민의 응원, 격려를 버팀목 삼아 당당하게 보훈 정신을 선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전역과 동시에 차관에 공식 임명된다.

1976년 경북 김천 태생인 이 대령은 해사 54기로 입교해 2000년 항해소위로 임관했다. 중위로 진급해서는 2001년 7월 참수리-357호정(150톤급) 부장(부정장)이 됐다.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연평해전은 온 나라가 한일 월드컵 3·4위전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던 2002년 6월 29일 오전 발생했다. 북한 경비정 2척이 NLL을 갑자기 침범해 1.1㎞ 이남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에 이 대령이 탄 357호정 등 우리 해군 고속정 4척이 대응에 나섰다.

교전은 북 경비정이 85mm 포로 먼저 357정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357호정의 정장인 고(故) 윤영하(당시 대위·해사 50기) 소령은 즉각 대응 사격에 나섰지만, 교전 초 85mm 포에 맞아 전사했다. 이에 당시 부장인 이 대령이 지휘권을 잡았다. 북한 기동을 차단하는 데 가장 앞장선 357정은 적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조타장 고 한상국(당시 중사) 상사가 피격됐고, 다른 승조원들은 중상을 입었다. 엔진은 정지되고 전력 공급 기기도 파괴됐다. 그러나 남은 승조원들은 총탄을 온몸에 맞았으나 일부는 의식을 잃는 순간까지도 방아쇠를 놓지 않고 북 경비정을 공격했다. 이 차관은 왼쪽 다리 관통상을 당했고, 오른쪽 종아리 부분에도 여러 발을 맞았다. 북한 경비정은 결국 화염에 휩싸여 NLL 이북으로 물러났다. 북한군 사상자는 3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윤 소령을 비롯해 한 상사, 조천형 상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승조원 6명이 전사했다. 이 대령은 수술 끝에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황영조와 함께 마라톤 5㎞ 코스 완주한 이희완 - 이희완(가운데 모자 쓴 사람) 신임 국가보훈부 차관이 2003년 10월 열린 '국방일보 전우 마라톤대회'에 참석해 지팡이를 들고 뛰고 있다. 그는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총상을 입고 오른 다리를 잃었지만, 의족을 하고 지팡이를 짚으며 5㎞ 코스를 완주했다. 맨 왼쪽은 황영조 전 마라톤 국가대표 선수. /조선일보DB
 
황영조와 함께 마라톤 5㎞ 코스 완주한 이희완 - 이희완(가운데 모자 쓴 사람) 신임 국가보훈부 차관이 2003년 10월 열린 '국방일보 전우 마라톤대회'에 참석해 지팡이를 들고 뛰고 있다. 그는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총상을 입고 오른 다리를 잃었지만, 의족을 하고 지팡이를 짚으며 5㎞ 코스를 완주했다. 맨 왼쪽은 황영조 전 마라톤 국가대표 선수. /조선일보DB

이 대령은 다리 부상으로 현역 부적합 심의에 회부됐으나 ‘본보기가 될 만한 행위로 인해 신체장애인이 된 군인은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다’는 군인사법에 따라 현역으로 남았다. 다만 승함은 불가능해 해사 교관 등의 임무를 받았다. ‘NLL 수호 영웅’ 소리를 듣는 그는 이후 각 군을 돌며 연평해전 경험을 바탕으로 안보 강연을 했다. 교전 수칙을 지키며 NLL을 수호한 영웅들의 스토리는 전군의 귀감이 됐다. 하지만 일부 세력은 “과잉 대응해 북 도발이 일어난 것 아니냐” “승전이 아니라 패전” 등으로 연평해전을 끊임없이 폄훼해 마음고생도 심했다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평해전 발발 20여 년이 흘렀는데.

“같이 나라를 지키다 하늘에 먼저 간 전우를 생각하며 흔들림 없이 본분을 지키려 노력했다. 사람마다 관점은 다를 수 있지만 본질은 하나고 바뀔 수 없다. 연평해전은 분명한 북한의 도발이었고, 이에 맞서 무찌른 우리의 승전이다. 지난 20년간 안보 강연이든 사석이든 일관되게 이 부분을 알려왔다.

-보훈 차관으로서 각오는.

“나라의 소중함, 나라 지키는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사실에 기반해 담담히 알리겠다. 내게도 고등학생 딸, 중학생 아들이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우리 안보의 현실, 그리고 국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

-가족 반응은.

“집사람이랑 차관 내정 통보받고 솔직히 고민 많이 했다. 큰 변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사람과 상의해서 ‘의미 있는 일이니 감당하자. 각 처소에서 나라 지키는 이들이 당당하게 일하고 이런 부모를 둔 자녀들이 자부심을 갖는 사회를 만드고자 노력해보자’며 결심했다. 아이들은 아직 모른다.(웃음)”

-현역 대령의 차관 임명은 이례적인데.

“무한한 영광이고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대한민국 군에 북한군과 실제 전투를 해본 군인이 몇 없다. 숨 쉬는 공기처럼 일상이 유지될 때는 소중한 줄 모르는 안보 의식을 제고하는 데 앞장서라는 뜻으로 부족한 나를 택한 것으로 이해된다. 독립운동 등 모든 분야 국가유공자 선양 사업에 힘을 다하겠다.”

-다리가 불편하다.

“왼쪽은 관통상을 입었지만 보조 장치 없이 걷는 데 문제없다. 오른쪽은 의족을 달고 있다. 가족의 지지, 그리고 하늘에 있는 전우들과 호국 영령들, 그리고 국민의 격려와 응원이 있다면 그걸 버팀목 삼아 열심히 걷고 뛰어다니겠다. 보훈부를 응원해 달라.”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교육부 차관에 오석환(59) 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임명했다. 오 차관은 교육부 학교폭력근절추진단장, 대구교육청 부교육감,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친 교육 정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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