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6일 “김정은이 딸을 지속해서 부각하는 것은 (북한이 처한) 어려움 속 세습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다소 서두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지난 1일 게재된 김정은과 김주애 사진. 선글라스에 가죽코트를 입은 김주애가 김정은 앞에 서 있다. 김정은 부녀는 항공절(11월29일)을 맞아 공군사령부 등을 방문해 비행사들 훈련을 지켜봤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지난 1일 게재된 김정은과 김주애 사진. 선글라스에 가죽코트를 입은 김주애가 김정은 앞에 서 있다. 김정은 부녀는 항공절(11월29일)을 맞아 공군사령부 등을 방문해 비행사들 훈련을 지켜봤다. /노동신문 뉴스1

김 장관은 이날 경기 양평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북한이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장관은 북한이 김주애를 부각하는 것과 더불어 재외공관 연쇄 철수, 만성적인 식량난, 탈북민 증가 등을 북한이 어려움에 봉착한 신호로 꼽았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4대 세습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된다고 보고 있다”며 “김주애의 등장은 세습과정에서 조기 등판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조기 등판한걸 보면 세습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김주애가 그 동안 19번 나왔는데 16번이 군사 활동과 관련된 것”이라며 군부대 방문 시 사령관이 김주애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5성 장군이 무릎 꿇고 이야기를 하는 등 김주애 의전이 격상되는 점을 언급했다. 최근 김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선글라스에 가죽코트 차림으로 김정은보다 앞에 서 있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김주애가 군 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북한 군인들의 백두혈통 보호 구호도 있었다”며 “이런걸 볼 때 (김주애 후계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는 북한이 2021년 제8차 당대회 때 ‘제1비서’직을 신설한 것도 김주애를 염두에 둔 권력승계용 제도적 장치로 보고 있다. 북한은 2021년에 당 규약을 개정해 총비서(김정은) 다음 직책인 ‘제1비서’자리를 신설하면서 총 7명의 비서 가운데 한 명을 ‘제1비서’로 지정했다. 2인자 자리를 공식화한 이례적 조치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1비서는 총비서(김정은)가 활동이 어려워지면 그 역할을 대신하는 사람”이라며 “제도적으로 제1비서직을 만들어 그 동안 공백상태로 둔건 김주애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고권력자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제1비서 직위를 주위사람이 제안하긴 어렵기 때문에 김정은 자신이 제안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권력 승계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 자신의 입장에서 볼 때도 2011년 김정일 사망 이후 (권력) 이양 준비 과정이 짧았는데 이런 것도 고려된 것 같다”고 했다. 후계 준비 기간이 김정일에 비해 매우 짧았던 김정은이 딸은 자신과 달리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어릴때부터 후계자 교육을 시키는 것이라는 취지다. 다만 “북한이 아직 유교적인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사회여서 여성 지도자가 가능하느냐는 반론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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