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후 악수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후 악수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9일 “국제 정세가 불안한 이럴 때일수록 동맹이 더 강력해져야 한다”며 글로벌 현안에 대해 보조를 맞췄다. 북한과 러시아 간 불법 군사 협력에 대해 “전 세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고 중단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할 것”이라 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을 놓고는 “하마스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규탄한다”고 했다. 중국을 향해선 탈북민 강제 북송에 우려를 표하며 “북한이 위험한 행동에서 발을 떼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한미는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약 75분 동안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장비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을 위해 기술적 지원을 하는 것도 보고 있다”며 “쌍방향 협력이 이뤄지지 않도록 압박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논의했다”고 했다. 다음 주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박 장관은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려는 미국 측 노력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도 북·러가 밀착하고 군사 협력으로 무기 거래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좋아할 입장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한미가 (중국의) 역할을 촉구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또 “탈북민 강제 북송에 크게 우려한다”고 했는데 한미가 현재 자유·민주 진영 국가들과 함께 이에 관한 공동성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지난 3월 미 국빈 방문 때 블링컨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레코드판 등을 보여주는 시간을 가졌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지난 3월 미 국빈 방문 때 블링컨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레코드판 등을 보여주는 시간을 가졌다. /대통령실

2년 8개월 만에 방한한 블링컨 장관은 회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오찬을 가졌다. 그는 “미국 대외 정책의 주안점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맞춰져 있다”며 “역내 핵심인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한일 관계, 한·미·일 관계의 새 진전을 이끈 윤 대통령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우크라이나 문제와 함께 중동 정세 불안으로 미국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 핵심 가치를 수호하고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한미 양국과 주요 전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 문제와 관련, “악의적 왜곡과 거짓 정보가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캠프 데이비드에서도 오늘도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한미가 함께 거짓 정보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강조해왔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학보사 ‘하버드 크림슨’ 기자로 활동했고 졸업 후에도 뉴욕의 한 잡지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2021년 1월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는 언론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고 더 잘하자고 스스로를 다잡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그해 3월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추진 중일 때는 방한해 20~30대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이고 언론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힘” “언론이 가짜 뉴스에 맞서 가드레일(guardrail·난간)이자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유선 협의를 갖고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따른 한·미·일 간 빈틈없는 공조를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연내에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갖고 4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 기술 대화’ 1차 회의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이 협의체는 바이오, 배터리·에너지, 반도체, 디지털 경제, 양자 등 첨단 기술을 망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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