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교류재단·한독협회
 
/한국국제교류재단·한독협회

한국과 독일의 우호 증진을 위해 2002년 출범한 한독포럼이 2일 부산에서 21번째 연례 모임을 가졌다. 정치·경제·사회·언론 등 각계를 대표하는 양국 인사 50여 명은 장기화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안보 불확실성을 증폭시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기존 국제통상 질서를 무너뜨린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두 나라 모두 미·중의 선택적 압력을 받고 있고 제조업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양국이 상호 보완·협력해 나가면 기술협력의 모범 사례를 만들 수 있고 대미 협상에서도 제3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립외교원 이효영 교수는 “한독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미국이 중국에 맞서 집중 육성하려는 핵심 분야이기도 하다. 한독은 리스크를 공유하고 협력할 여지가 크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21개월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의 경제·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틴 둘리히 독일 작센주 부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에너지와 자원을 어느 한쪽에서만 수급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절감하게 됐다”며 “앞으로 내리는 결정들이 다면적이고 다층적이어야 한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 독일대사는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독일과도 직결돼 있다”며 “우크라이나 승리를 위한 지원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러 간 무기 거래 정황에 대해 “북한이 한반도를 넘어 유럽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행위자로 등장한 것”이라며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김홍균 주독 대사는 “북한은 재래식 포탄 제공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 발사 기술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두 재진입 기술을 전수할지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21차 한독포럼에는 이 밖에도 김기환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김영진 한독협회 회장,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경수 전 주독 대사, 김선욱 포스코청암재단 이사장,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 김효준 BMW코리아 고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올해는 양국 수교 140주년과 한국 광부·간호사 파독(派獨) 60주년을 맞아 독한의원친선협회장인 하이케 베렌스 사민당 의원을 비롯한 협회 소속 독일 연방 의원 5명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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