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황준국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뉴스1·연합뉴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황준국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뉴스1·연합뉴스

“대사님이 그때 제 손을 잡아줬는데 대단히 따뜻하더라고요. 대사님 손이 항상 그렇게 온기가 흐르는가요?”

1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황준국 주유엔대사와의 인연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2016년 영국에서 각각 남한과 북한의 외교관으로 만났다. 태 의원은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하기 전 약 10년간 영국의 북한대사관 공사로 근무했고, 황 대사는 2016년 2월부터 2018년까지 주영대사를 지냈다.

태 의원은 질의에 앞서 “그때는 제가 공사였고 (황 대사는) 대사여서 외교 서열상 저보다 위였기 때문에 예의도 깍듯이 갖추면서 대했는데, 오늘 제가 (국감 질의를) 어느 정도 세게 해야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쨌든 제가 조금 세게 한다고 해도 내심으로는 외교 선배로서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해 국감장에는 웃음이 터졌다.

태 의원이 ‘황 대사의 따뜻한 손길’을 언급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영국 대사 시절 경험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들어서는 남북 대사관 사이의 교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태 의원은 “황 대사는 제가 북한 공사였지만 먼저 다가와 말도 걸고 손도 잡아줬다”며 “북한 외교관과 말할 때 항상 웃고 따뜻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 TV에 나오는 모습은 대단히 강경하다”고 했다. 이어 “남북이 유엔에서 충돌하는 정황이 TV에 많이 나온다. 현장에서 강하게 하더라도 김성 주유엔북한대사를 보고 식사하자거나 커피 한잔하자거나 주동적으로 다가간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황 대사가 “아직 없다”고 답하자, 태 의원은 “그것은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냐. 아니면 본국으로부터 지금은 강경 기조이기 때문에 북한 외교관들한테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업무 지시가 내려와서 그러는 것이냐”라고 재차 물었다. 황 대사는 “지침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전체적으로 북한이 제재를 많이 받으면서 분위기가 상당히 위축된 것도 있고 남북 관계에서 또 어려운 점도 있고 해서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태 의원은 “우리가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냐. 영국에 있을 때는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하자, 황 대사는 “(북한) 스스로 기피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그렇게 한번 시도해 보겠다”고 답했다.

태 의원은 또 “유엔 회의장이나 복도에서 남북 외교관들이 조우할 때 우리 외교관들이 먼저 다가가 인사하거나 따뜻한 모습을 먼저 주동적으로 보이는 일이 있느냐. 회의장 바깥에서도 완전히 냉랭하게 갈라서느냐”고 질의했고, 황 대사는 “아마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태 의원은 “(황 대사와 제가 영국에서 만났을 때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할 때였다”면서 “지금 현재 남북관계가 대단히 강대강으로 맞서는 상황이지만, 비공식 석상이나 회의장 밖에선 좀 주동적으로 접근도 하고, 그들이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식사도 초청하는 등 적극적인 접근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같은 당 소속 김태호 외통위원장도 “아무리 교착(상태)이고 강대강의 겨울이 이뤄지고 있어도 어떤 형태든 접촉을 이뤄가야 한다는 원칙 속에서 노력을 많이 해줘야 한다”며 유엔 차원에서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