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등 국제 규정 틀 내에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마치고 국영 로시야1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미국 CNN 등이 보도했다. 그는 안보리 대북제재를 감안한 듯 “(북한과의 협력엔) 특정한 제한이 있다. 러시아는 이 모든 제한을 준수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협의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에 대해 부과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하고 있는 러시아가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되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을 일정 부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푸틴은 이어 “현재 규정 틀 내에서도 (북러 군사기술 협력)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를 내긴 이르다”며 “김 위원장은 군용, 민수용 항공기 생산 공장을 방문하고 태평양함대 전력을 시찰하며 교육 및 연구 기관도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러시아 아무르주(州)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김 위원장은 약 1170㎞ 떨어진 하바롭스크주 산업 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로 이동하고, 이어서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위치한 전투기 생산 공장 ‘유리 가가린’은 Su(수호이)-27, Su-30, Su-33 등 옛 소련제 전투기들과 2000년대 개발된 다목적 전투기 Su-35, 2020년 실전 배치된 첨단 다목적 전투기 Su-57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지역엔 또 잠수함 등 군함 건조를 위한 조선소가 있어 김 위원장이 시찰할 가능성이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선 태평양함대 사령부, 러시아 극동 최대 교육·연구 기관인 극동연방대학 등을 방문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국제사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 우주 및 군사·군수 시설을 집중 방문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무기와 군사기술 거래에 합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기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러시아에 북한이 탄약과 미사일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인공위성과 로켓, 핵잠수함 관련 기술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