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브라운백 전 미 상원의원은 5일 “중국에 억류된 2500여 명의 탈북민이 강제 북송되는 순간 종교적 자유가 박탈당하는 인권 침해에 노출된다”며 “중국 정부가 이들을 북송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가 다 같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한 브라운백 전 상원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탈북민들이 중국 등에 도착하면 선교사들과의 접촉 등을 통해 종교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북한에 강제 송환되는 순간부터 종교적 자유를 박탈당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한 말고 다른 여러 국가도 인권 문제가 있지만 북한만큼 종교적 자유 침해가 심각한 곳은 없다”며 “북한은 종교 자체가 금지된 세계 최악의 종교적 자유 침해국이고 북한 인권 문제는 이제부터 종교적 자유 문제에 집중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브라운백 전 상원의원은 공화당 소속으로 1995~2011년 미국 상·하원 의원을 지냈고, 이후 2018년까지 캔자스 주지사를 했다. 그 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 종교자유 담당 대사를 했다. 그는 현재 비영리단체인 ‘종교적 자유를 위한 국가 위원회’(NCRF)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상원의원 시절인 2004년 북한인권법 제정을 주도한 이후 현재까지 미 의회와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탈북민 및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촉구해온 인물이다.

브라운백 전 상원의원은 “방한 기간 서울에서 만난 목회자들을 통해 북·중 접경지에서 한국인 선교사들이 탈북민들에게 식량과 성경책을 함께 전달하는 영상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이 세계 최대 선교사 파견국인 만큼 한국 정부가 종교적 자유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 수년째 억류 중인 우리 국민 6명 가운데 3명이 선교사라는 사실에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이제부터 국제사회와 함께 한국인 선교사들의 석방을 촉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브라운백 전 상원의원은 서울 도착 첫날인 3일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과 함께 탈북민들 면담을 시작으로 북한 인권 관련 국내 주요 인사들과 연달아 만났다. 그는 “장애가 있는 아들과 강제로 헤어진 탈북 여성이 ‘내 신장을 떼어 팔아서라도 아들을 되찾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탈북여성들이 겪는 고통이 너무나 심하다”고 했다. 인터뷰가 이뤄진 이날엔 서울 강서구 소재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방문했다. 브라운백 전 상원의원은 “탈북민을 비롯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온 지 수십 년이 됐지만 여명학교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큰 아픔을 겪은 이들이 학교에서 밝은 표정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기뻤다”고 했다.

그는 방한 기간 김규현 국정원장과 만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민의힘 권영세·태영호 의원, 이정훈 전 북한인권대사 등과도 만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뒤 대만에서 열리는 종교적 자유 관련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6일 오전 한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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