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왼쪽)가 착륙했다. 이날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의 직원은 공항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AFP·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2일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왼쪽)가 착륙했다. 이날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의 직원은 공항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AFP·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2일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 JS151편 여객기가 3년 7개월 만에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착륙했다. 북한이 2020년 1월 코로나 사태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처음으로 북·중 하늘길이 열린 것이다. 공항에서 만난 고려항공 직원 리모씨는 “예상보다 빨리 (북·중) 항공편 운항이 재개됐다”면서 “평양·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은 수요일·일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운영할 것이고, 향후 증편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미·일이 밀착하는 가운데 북한이 국경을 열면서 북·중도 더욱 결속하는 모습이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륙한 고려항공 여객기는 이날 오전 9시 17분쯤 베이징에 도착했다. 중국 관영 환구망은 “코로나 이후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의 첫 상업 항공편”이라고 했다. 탑승객들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후에는 이 여객기가 베이징에서 북한 외교관 등을 태우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서우두공항 2터미널 2층 출국장의 E 체크인 카운터 앞에는 이날 아침 8시부터 평양으로 돌아가려는 북한 외교관과 외화 벌이 일꾼, 유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다. 가슴에 인공기 배지를 착용한 이들은 하나같이 사람 몸통 크기의 짐 2~3개를 카트에 끌고 다녔다. 물자가 부족한 북한 사정을 고려해 가족들을 위한 전자제품이나 상부에 바칠 선물들을 챙긴 것이다. 베이징의 북한 식당에서 공연하는 여성들로 추정되는 승객들은 기타 등 악기를 들고 왔다.

공항 VIP 주차장에는 북한 외교관 공무 차량을 의미하는 ‘133′ 번호판을 달고 있는 벤츠 차량들이 즐비했다. 지재룡 전(前) 주중 북한 대사로 추정되는 인물은 낮 12시쯤 휠체어를 타고 VIP 통로를 이용해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재룡은 2021년 중국에서 대사 임기를 마쳤으나 국경이 막혀 지금껏 귀국하지 못했다. 공항에 각국 취재진이 몰리자 주중 북한 대사관 소속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카메라를 막아서며 “사진을 찍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평양행 탑승객 카트마다 ‘짐 가득’ -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평양행 여객기 탑승객들이 수속 절차를 밟고 있다. /연합뉴스
 
평양행 탑승객 카트마다 ‘짐 가득’ -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평양행 여객기 탑승객들이 수속 절차를 밟고 있다. /연합뉴스

승객들은 예상 출발 시각 2시간 전인 오전 11시쯤 탑승 수속을 마쳤지만, 이날 여객기는 예정 시각보다 30분 늦은 오후 1시 35분쯤 베이징을 이륙했다. 한 북한 승객은 “평양에 비가 와서 여객기가 늦게 뜨나 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려항공 여객기의 정원은 150~220명으로 추정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지난 1월부터 중국과 외국 항공사 간의 국제 노선 재개 신청을 접수했다”면서 “여름·가을 시즌 (북한 항공사의) 신청에 따라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는 정기 노선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고려항공은 최근 홈페이지에 평양∼베이징 항공편 가격은 1750위안(약 32만원)이라고 공지했다.

북·중 하늘길이 열리면서 북한의 국경 전면 개방이 목전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16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태권도연맹(ITF·북한이 주도하는 국제 태권도 단체)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은 버스를 타고 북한 신의주와 랴오닝성 단둥을 잇는 다리인 중·조우의교(압록강철교)를 건넜다. 지난달 27일엔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중국 고위급 인사가 북한을 방문했다. 향후 북·중 간 남아 있는 국경 개방 과제는 육로 정상화와 관광 재개다. 작년 9월 신의주와 단둥을 오가는 화물 열차 운행이 재개됐지만 운행 규모가 작고, 북·중 간 화물 트럭 운행은 일부 지역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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