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곳이 간석지 제방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닷물에 제방이 파괴되면서 간석지 구역이 침수됐다고 전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곳이 간석지 제방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닷물에 제방이 파괴되면서 간석지 구역이 침수됐다고 전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침수 피해 지역을 찾은 자리에서 김덕훈 내각총리와 간부들을 “너절한” “건달뱅이” “틀려먹은 것들” 등 거친 표현으로 비난했다. 또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는 명령을 내려 내각에 대한 대규모 숙청을 예고했다. 이는 식량난 등 열악한 경제상황의 화살을 이들에게 돌리고 김정은 자신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이 전날(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피해 복구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간석지 제방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닷물에 제방이 파괴되면서 간석지 구역이 침수됐는데 김정은은 책임을 김덕훈 총리와 내각 간부들에게 물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최근 몇 년 어간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의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며 “내각총리의 무맥한 사업 태도와 비뚤어진 관점에도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김 총리가) 대책답지 못한 대책을 보고해놓고는 그나마 너절하게 조직한 사업마저도 료해(파악)해보면 피해 상황을 대하는 그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호 태풍 '카눈' 피해지역인 강원도 안변군 오계농장과 월랑농장을 방문해 복구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18일 조선중앙TV가 방송했다. 김정은 오른쪽이 김덕훈 내각총리./조선중앙TV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호 태풍 '카눈' 피해지역인 강원도 안변군 오계농장과 월랑농장을 방문해 복구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18일 조선중앙TV가 방송했다. 김정은 오른쪽이 김덕훈 내각총리./조선중앙TV 뉴시스

김정은은 “나라의 경제사령부를 이끄는 총리답지 않고 인민 생활을 책임진 안주인답지 못한 사고와 행동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내각총리의 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사상 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덕훈은 공장 지배인 출신으로 생산 현장 실무감각을 갖췄고 당과 내각에서 경제정책을 두루 총괄해본 경험으로 실무에 잔뼈가 굵은데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2020년 60세 젊은 나이에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총리에 임명된 김덕훈은 최근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김정은 다음으로 호명 되는 등 위상이 높아졌다. 김정은의 측근임을 상징하는 ‘검은색 가죽 롱코트’를 입고 다니는 등 신임에 힘입어 임명 이후 김정은을 대신해 전국의 경제현장을 누볐다.

2022년 4월 가죽 점퍼를 입고  황해남도를 방문한 김덕훈 내각총리./노동신문 뉴스1
 
2022년 4월 가죽 점퍼를 입고 황해남도를 방문한 김덕훈 내각총리./노동신문 뉴스1

김덕훈 총리뿐만 아니라 간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예고됐다.

김정은은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지적 저능아들,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비리 정황도 일부 포착됐다. 그는 “간석지 건설국장은 공급받은 연유를 떼 몰래 은닉해놓는 행위까지 했다는데 정말 틀려먹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행정 간부들이 맡은 일을 못 해 군대가 투입되는 점에 대해서도 “정부 지도간부들과 지방 행정경제일군들은 여전히 둔감해 있다. 이번에도 군대가 전적으로 달라붙어 해달라는 자세”라며 “뻔뻔스럽고 불손하기 그지없는 태도”라고 질타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김정은은 흰색 상의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팔을 걷어붙인 채 허벅지까지 이르는 물에 잠긴 논에 직접 들어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곳은 간석지 제방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닷물에 제방이 파괴되면서 간석지 구역이 침수됐다고 한다./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곳은 간석지 제방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닷물에 제방이 파괴되면서 간석지 구역이 침수됐다고 한다./조선중앙TV 연합뉴스

통신은 제방이 터져 물이 넘쳐 흘러드는 사진도 여과없이 보도했다. 간부들의 잘못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드러내 비난의 근거를 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정은이 노골적인 언어와 자세로 김덕훈 총리를 비롯한 간부들을 비판한 것은 식량난 등 열악한 경제상황의 화살을 이들에게 돌리고 자신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조용원·김재룡 당 비서,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정관 국방성 제1부상, 최근 복귀한 박정천 전 비서 등과 동행했다고 전했다. 김덕훈은 수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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