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북한은 전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며 핵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며 “민관군(民官軍)이 함께 국가 총력전 수행 역량을 향상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을지연습 첫날인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핵 위협, 반국가 세력 준동, 사이버 공격 등에 대비한 실전 같은 훈련이 진행된다”며 “올해 연습부터 정부 차원의 북핵 대응 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을지연습은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한 연례 범정부 훈련이다. 올해는 24일까지 실시되며 공무원, 공기업 직원을 비롯해 58만여 명이 참가한다. 한미 군 당국도 이날부터 30일까지 실시하는 연합 야외 기동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 돌입했다. 23일에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전 국민이 참여하는 민방위 훈련도 예정돼 있다.

정부가 을지연습에 북핵 대응 훈련을 포함한 것은 북핵 위협이 현실화됐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북한이 최대 90기의 핵탄두를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초대형 방사포, 순항미사일, 무인 수중 공격정 등 다양한 발사체에 장착할 것으로 보이는 ‘화산-31형’ 소형 핵탄두 실물도 처음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2023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2023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군사적 위협뿐 아니라 테러 등 비정규전, 인지전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개전 초부터 위장 평화 공세와 가짜 뉴스 유포, 반국가 세력들을 활용한 선전 선동으로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며 “가짜 뉴스와 위장 평화 공세, 선전 선동을 철저히 분쇄하고 국론을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또 “북한은 국가 중요 시설을 공격해 국가 기반 체계를 마비시키려 할 것”이라며 원전, 국가통신망, 첨단산업 시설에 대한 미사일, 무인기, 사이버 공격을 막을 대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18일(현지 시각)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 국민에게 위험은 확실하게 줄어들고 기회는 확실하게 커질 것”이라고 했다. 3국 군사 협력을 제도화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뿐 아니라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와 같은 공급망 혼란을 예방하는 등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3국 협력 방향을 문서화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 ‘3자 협의 공약’ 문건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3국 정상은 최소 연 1회 회담을 열고, 역내(域內) 안보 위협 발생 시 3국이 협의를 통해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로 했다. 북핵·미사일 등 전통적 군사 안보뿐 아니라 반도체 등 ‘경제 안보’로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아세안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 것도 특징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미·일 대화는 지속 기반이 취약했고 협력 의제도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3국의 포괄적 협력 체계를 제도화하고 공고화했다”고 했다. 또 “한반도 역내 공조에 머물렀던 한·미·일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의 자유, 평화, 번영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범지역 협력체로 진화할 것”이라며 “한·미·일 3국 협력체는 오커스(AUKUS·호주, 영국, 미국),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과 함께 역내외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 강력한 협력체로 기능하면서 확대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요소수 사태를 언급하며 한·미·일 협력이 우리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국익은 보이지만 대한민국 국익은 보이지 않는다”는 야당의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자국 내 발전 수요로 석탄 가격이 급등하자 2021년 석탄을 원료로 만드는 요소수와 비료의 수출을 통제했다. 화물차량용 요소수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던 한국은 요소수 가격이 폭등하고 화물차 운행이 제한돼 물류 혼란을 겪었다.

윤 대통령은 “3국이 각자 운영해온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을 서로 연결하면 공급망 정보와 회복력 수준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며 “요소수 사태와 같은 외부 교란 요인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공조 대응이 가능해지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과 소재, 장비 수급과 관련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첨단기술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은 게임체인저가 될 핵심 신흥 기술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경쟁 기업의 불법적인 기술 탈취 시도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결국 우리 기업과 국민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의 규모와 회복력이 더 커진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이 공동 연구, 인적 교류를 통해 ‘미래 동맹’으로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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