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고위당국자가 18일(현지 시각) 지금은 북한과 평화협정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핵·미사일 도발 등 군사 위협에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뉴스1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뉴스1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전쟁(Korean War)을 끝내는 평화협정을 원하느냐는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솔직히 말해서 평화협정보다는 당장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당장의 위협은 점점 더 위험해지는 북한의 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과 전례 없는 횟수의 (미사일)발사”라고 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셔먼 의원이 ‘평화협정 같은 신뢰 구축 조치가 더 중요한 문제 해결에 도움 되지 않겠느냐’고 재차 질문하자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의 (대북) 억제력과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안보 공약의 힘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셔먼 의원은 작년부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를 촉구하는 ‘한반도 평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 전날 대표 발의됐던 이 법안은 6·25전쟁 종전선언, 평화협정 추진,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지원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미주 한인 단체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셔먼 등 민주당 의원들을 접촉해 추진됐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김경협·윤건영 의원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이 단체 ‘연사’로 등록돼 있고, 단체 대표는 문 대통령 대학 후배다. 당시 법안 발의 다음 날 민주당 의원 전원과 정의당 등 범여권 의원 186명이 단체로 환영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선 “한국 정권이 막후에서 주도한 법안”이란 말이 나왔었다. 셔먼 의원은 작년 1월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아이디어는 KAPAC과 최광철 KAPAC 대표가 알려준 것”이라고 했다.

이 법안의 실제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워싱턴의 시각이다. 법안에 참여한 의원들도 민주당에 쏠려 있고, 주류 세력의 참여도 부족하다. 의회 관계자는 “북한이 ICBM도발과 군용기 출격 등 도발 수위를 매번 올리고 있고 7차 핵실험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평화협정 주장이 민주·공화를 불문하고 먹히겠느냐”고 했다.

교민 사회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커지자 작년 12월 공화당 의원 35명은 ‘비핵화 약속 없는 종전 선언에 반대한다’고 했다. 특정 법안에 단체로 반대 성명까지 내는 건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KAPAC은 셔먼 의원과 함께 오는 27일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라는 주제의 행사를 연방의회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에서 야당 3명이 예산을 들여 방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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