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민주노총 간부들 중 한 명이 “무죄를 확신한다”며 국민참여재판을 거듭 요청했다.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는 17일 오전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씨와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씨, 전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씨, 전 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씨 등 4명에 대한 4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피고인 가운데 유일하게 재판에 출석한 신씨는 “저 같은 경우, 배심원의 눈, 국민의 눈으로 행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무죄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수 있게끔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선 피고인 4명 중 신씨와 양씨 등 2명이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달 8일 열린 첫 준비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한 달 만에 번복한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일반 국민을 불러 방대한 양의 사건 기록 등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재판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국민참여재판을 불허하면 불복절차를 제기할 수 있어 재판이 더 늦어질 수 있다.

이날 검찰은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배제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공범 관계에 있는 일부가 참여 재판을 원하지 않으므로 일부 피고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준비기일을 신속히 지정해서 신속한 재판을 위해 증인 신문과 증거 조사 등에 대한 검증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참여재판을 배제할 경우, (피고인들이) 이의를 제기할 거라고 본다”면서 “그렇더라도 재판이 정지되는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신속히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앞서 변호인 측이 제기한 검찰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찰이 기소할 때 법원에 제출하는 건 공소장 하나여야만 하고,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것은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변호인 측은 공소장에 첨부된 자료에 증거조사가 이뤄져야 할 대상들이 그대로 인용돼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범행 경위나 동기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검찰에서 피고인들에 불리하도록 문건 등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공소사실 별지로 기재한 건 문제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장 내용만으로 재판부가 예단을 하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석씨는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02회에 걸쳐 북한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9월과 2018년 9월엔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직접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주노총 내부 통신망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기재된 대북 보고문을 북한 측에 전달하고, 북한 지시에 따라 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시설·군사 장비 등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씨와 함께 기소된 나머지 3명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거나 지령에 따라 간첩 활동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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