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2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기습 공격이 가능한 고체 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 화성 18형은 평양 대동강변 산림에 세워진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됐다. 그러나 1단 분리 후 2·3단계에선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고각(高角) 비행’을 하는 이례적인 궤도를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공격 회피 기술 3종 세트인 ‘고체연료·TEL·변칙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우리의 대북 3축 방어 체계의 제1·2축인 ‘선제 타격(킬체인)’ ‘요격(KAMD·미사일방어)’ 기능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미는 북 도발 하루만인 이날 미 전략자산인 B-52H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시켜 한미 전투기와 연합훈련을 펼치며 대응했다.

북한이 12일 오전 10시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정상보다 높은 고각(高角)으로 발사돼 최고 고도가 6000k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역대 최장인 74분을 비행한 뒤 동해상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지난 4월 13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ICBM ‘화성 18형’ 발사 모습./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12일 오전 10시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정상보다 높은 고각(高角)으로 발사돼 최고 고도가 6000k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역대 최장인 74분을 비행한 뒤 동해상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지난 4월 13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ICBM ‘화성 18형’ 발사 모습./노동신문 뉴스1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화성 18형 발사가 진행됐다”며 “미사일이 정점 고도 6648㎞까지 상승해 거리 1001㎞를 4491초(74분51초)간 비행해 동해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보도했다. 딸 김주애, 여동생 김여정은 포착되지 않았고, 아내 리설주는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방영된 조선중앙TV를 보면, 화성 18형은 평양 동쪽 대동강변 산림 사이 평지에 놓인 TEL에서 발사 수초 뒤 공중에서 점화돼 치솟는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으로 발사됐다. 화성 17형 등 기존 ICBM은 TEL에서 발사되는 순간부터 엔진이 점화되는 ‘핫 론치’ 방식을 사용했다. 콜드 론치는 상대적으로 발사관과 TEL에 충격을 덜 가해 TEL 운용력을 높여준다. 발사 당시 화염은 치마 모양으로 퍼지는 전형적인 고체 연료 연소 특징을 보였다. 액체 연료는 화염이 모이는 촛불형이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액체 연료와 달리 주입 절차가 필요 없어 기습 발사할 수 있는 고체 연료 ICBM을 숲이나 터널 등에 숨을 수 있는 TEL을 이용해 발사하는 데 성공한 것”이라며 “이럴 경우 한미가 발사 징후를 탐지해 선제 타격하거나 요격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화성 18형 발사는 이번이 2번째다. 지난 4월 1차 발사 때는 정점 고도가 3000㎞에 그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에 1차 때와 동일하게 1단계는 정상 각도, 2·3단계는 80도가량의 고각으로 발사했는데 정점 고도 6000㎞를 넘겼다. 석 달 만에 정점 고도를 2배 높여 목표한 지점에 탄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1만5000㎞ 이상 날아갈 것으로 추정돼 파리·런던 등 유럽을 비롯해 미 본토 전역을 사정거리에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정상 각도, 고각을 섞어 쏘는 것과 관련, “요격 무력화 차원의 복합 궤적 운용 기술 확보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현지 지도에서 “미제와 남조선이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을 단념할 때까지 군사적 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날 한국을 ‘남조선 괴뢰’라고 언급했다. 지난 10~11일 김여정은 담화에서 한국을 ‘대한민국’이라 처음 부르며 잠재적 통일 대상이 아닌 적대적 국가로 대할 뜻을 드러냈는데, 이틀 만에 다시 ‘남조선’이 등장한 것이다. 전직 국정원 차장은 “김여정 담화는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보도되고, 김정은 발언은 통신과 함께 대내용인 노동신문 등에 실렸다”면서 “자칫 주민들의 대남 인식에 혼란을 줄 게 우려돼 대내외 표현을 따로 쓰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는 공군 F-15K, 미 F-16를 출동시켜 괌 기지에서 날아온 미 전략폭격기 B-52H와 함께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 편대비행을 벌였다. 합참 이성준 실장은 “동맹의 철통 방위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힘에 의한 평화’를 지속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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