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3일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을 평소처럼 고각(高角)이 아닌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정상 각도(30~45도)로 시험 발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발사 이후 미사일 비행 궤도를 정상 각도에서 고각으로 바꿨지만, 북한이 ICBM을 초기 단계라도 정상 각도로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이 당시 홋카이도 대피령을 긴급히 발령했던 것도 북 미사일이 발사 초기 ‘정상각도’로 탐지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화성 18형은 발사체 1단 분리 단계 직전까지 정상 각도로 비행하다 이후 수직으로 치솟으며 고각 궤도로 비행해 고도 3000km를 찍고 동해상 일본 EEZ(배타적 경제수역) 밖에 떨어졌다. 보통 ICBM은 정점 고도가 6000km인데 이번에는 그 절반이었던 것도 1단 분리 시까지 정상 각도로 비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액체 연료가 아닌 고체 연료 기반의 ICBM을 지난 13일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형 고체연료 ICBM의 이름을 ‘화성-18형’으로 명명했다.
통신은 이번 화성-18형 발사와 관련 “대출력 고체연료 다계단발동기(엔진)들의 성능과 단 분리 기술, 각이한 기능성 조종 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전략무기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진체 단 분리와 관련 “1계단은 표준탄도 비행(정상각도) 방식으로, 2·3계단은 고각 방식으로 설정하고 시간지연 분리시동 방식”으로 최대 속도를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비행거리를 조절하기 위해 1단은 정상 각도로 비행 후 분리했고, 2·3단은 정상 각도보다 높은 고각 방식으로 분리됐다는 주장이다.
통신은 “분리된 1계단은 함경남도 금야군 호도반도앞 10㎞ 해상에, 2계단은 함경북도 어랑군 동쪽 335㎞ 해상에 안전하게 낙탄됐다”면서 미사일의 기능이 ‘설계상 요구’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기존과 다르게 미사일을 수직으로 10m 이상 발사한 뒤 공중 점화하는 ‘콜드 런치(Cold Launch)’ 방식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체 연료 ICBM은 액체 연료 ICBM보다 발사 충격이 커 발사대 등을 보호하기 위해 콜드런치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훈련에는 김정은을 비롯해 딸 김주애와 아내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 등이 참관했다.
지난해 말 김여정은 ICBM 발사와 관련 한국 전문가들이 단 분리,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에 의문을 품으며 정상 각도 발사에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자 “해보면 될 것 아닌가”라며 반발했었다. 이에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해군 대장)은 “북한이 태평양 지역으로 ICBM을 쏘면 즉각 격추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날 화성-18형이 도로 터널에 엄폐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화성-18형 발사도 이 같은 터널에 숨겨뒀다가 꺼내 기습적으로 발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체 연료 ICBM은 액체 연료보다 발사 준비시간이 3분의 1가량 단축된 10여분에 지나지 않는다. 한미 당국이 발사 동태를 파악하기가 한층 어려워진 것이다. ICBM 화성-18형의 등장으로 인해 미사일 징후를 사전 포착해 선제공격하는 ‘킬 체인’ 등 한미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 축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