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6·25 전범(戰犯)인 ‘북한’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5년 연속이다. ‘6·25’ 언급도 없었다. 현충일은 북 남침으로 6·25 참화를 당한 뒤인 1956년 전사자를 기리고자 제정한 날이다. 현충원에 잠든 영령도 대부분 6·25 전사자다. 이런 날에 국군 통수권자가 ‘북한’과 ‘6·25 남침’을 번번이 빠뜨리는 연설을 한다. 삼일절날 독립 얘기 안 하고, 5·18 기념식에서 5·18을 언급 않는 것과 뭐가 다른가.

문 대통령이 추념사를 읽는 사이 현충원 안팎에선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는 시위를 했다. 문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북한 소행”이라고 밝힌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천안함 폭침 주범인 북 김영철을 불러 국빈 대접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좌초설 등 괴담을 퍼뜨리던 사람의 요구에 따라 재조사하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보훈’을 강조했지만 천안함 생존 예비역 34명 중 국가유공자 인정은 13명뿐이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후 성추행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중사를 조문했다. 그런데 2018년 해병대 기동 헬기 추락 사고로 5명이 순직했을 때는 영결식 직전까지 조문 인사도 보내지 않았다. 이듬해 아덴만에서 돌아온 해군이 숨졌을 때도 조화만 보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군 내 부실 급식과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 폐습에 대해 매우 송구하다”고도 했다. 지난 4년간 우리 군이 탈북민은 물론 취객과 치매 노인에게도 뚫리고 북 미사일을 놓치는 등 경계와 감시에 실패했을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급식’과 ‘성추행’에는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군 기강이 총체적으로 붕괴한 현실에 대해 해야 한다.

이인영 통일장관은 이날 “한미 훈련이 어떤 경우라도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한미 훈련은 침략 연습’이란 북한 주장에 맞장구친 것이다. 방어 훈련이 어떻게 긴장을 조성하나. 이 장관은 “코로나 상황”도 언급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국군용’이라며 백신을 약속했고 그 백신이 도착하자 미 측은 “한미 연합군 준비 태세에 도움”이라고 했다. 코로나 걱정 없이 8월 연합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그때면 한미 연합군이 모두 백신을 맞은 후인데도 코로나 핑계를 대는 이유가 뭔가.

문 대통령은 재작년 현충일에 6·25 남침 공로로 김일성 훈장을 받은 사람을 국군의 뿌리인 것처럼 추켜세웠다. 그해 스웨덴 의회 연설에선 “남북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이라며 명백한 남침인 6·25를 쌍방 과실인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비핵화 쇼’를 벌이는 사이 한미 훈련은 사실상 없어졌다. 국군은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 지킨다’는 오합지졸로 전락했다. 현충일에 천안함 용사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대통령은 군 성추행을 사과한다. 그 비정상적인 풍경이 참담한 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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