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미 정보 당국의 평가가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앞으로 더 유리한 조건에서 미국과 협상할 목적으로 2018년부터 3년간 중단했던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미국의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13일(현지 시각) 공개한 ‘미 정보공동체의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에 실렸다.

이 보고서에서 미 정보 당국은 북한을 중국·러시아·이란과 함께 주요 위협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역내 안보 환경을 바꿔놓고 미국과 동맹들 사이를 이간하기 위해 핵무기와 ICBM 시험의 재개를 포함한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김정은은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외교적 관여, 제재 회피 등을 통해 핵 보유국으로서의 명망, 용인을 얻고자 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현재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준이 이런 생각을 궁극적으로 바꿔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볼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대북 제재 강도가 김정은의 셈법을 ‘핵개발’에서 ‘비핵화’로 돌려놓기에 역부족이란 뜻이다. 이 같은 정보 당국의 판단을 감안하면, 조만간 발표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제재 강화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미 정보 당국은 또 김정은이 2019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ICBM 시험 유예(모라토리엄) 파기를 위협해 놓고도 아직까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재개하지 않은 데 대해 “미국과의 미래 비핵화 대화의 문은 열어 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자신이 내건 조건에 따라 미국이 협상하도록 만들기 위해 올해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재개할지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북 협상 전 ‘몸값’을 높이고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미 정보 당국은 지난 1월과 작년 10월 북한군의 열병식에 다양한 전략적·전술적 탄도미사일이 등장했다며, 이는 “북한이 공격당했을 때 (상대 쪽에도) 큰 피해를 야기할 다양한 도구”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또 “평양의 생물화학전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이 계속된다고 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 능력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일부 핵심적 인프라 네트워크에 일시적·제한적인 장애를 일으키거나 상업 네트워크를 교란할 전문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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