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게 총살된 공무원 형인 이래진씨가 18일 증언하고 있다.
북한군에게 총살된 공무원 형인 이래진씨가 18일 증언하고 있다.

북한군에게 총살당한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동생이 죽어가는 동안 이 정부는 뭘 했느냐’고 절규하며 “동생을 (월북자로 단정해) 명예 살인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국감에서 호소할 내용이지만 여당 반대로 증인 채택이 무산되면서 야당이 마련한 ‘장외 국감’에 나서야 했다. 이씨는 동생 실종 직후부터 북한과 통신이 가능했는데도 정부가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김정은과 친서를 주고받는 채널이 있었고 국제상선통신망도 열려 있었는데 왜 가만있다가 구조의 ‘골든 타임’을 놓쳤느냐는 것이다.

이씨는 정부가 ‘조각 첩보’를 바탕으로 월북으로 단정 지은 이유도 물었다. 해경은 월북 증거로 갑판 위 슬리퍼를 제시했지만 동료는 이씨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증언했다. 동료들은 ‘물리적으로 (월북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해경은 이를 숨겼다. 정부와 여당은 합참 감청 기록에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었다"고 한다. 이 기록을 이씨 유족에게만 보여주면 의문이 해소될 일이지만 한사코 감추고 있다. 이유가 무언가.

정부는 “북의 사살·소각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가 북이 ‘소각은 아니다’라고 하자 “조각 첩보”라며 스스로 뒤집으려 했다. 북에 불리하면 ‘조각 첩보’가 되나. 어떤 여당 의원은 “월북은 중대 범죄이기 때문에 사살하기도 한다”고 했다. 우리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북 만행까지 감싸려 하고 있다. 극렬 여당 지지층은 유족들에게 ‘월북이 자랑이냐’ ‘민폐 가족’이라며 악플 공격을 퍼붓고 있다. 유족들이 오죽했으면 정부가 아니라 유엔에 진정서를 보냈을까. 공무원 형은 “북한 만행보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만행이 더 끔찍하다”고 했다. 정말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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