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서해 도발로 순국한 우리 장병 55명을 추모하는 국가기념일이다. 군 통수권자라면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기념식에 참석해야 마땅하지만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과 다른 국내 일정을 이유로 계속 불참했다. 문 대통령의 10분에 걸친 기념사에서 '북한'이란 단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순국 장병들이 누구의 공격으로 희생됐는지를 숨기는 추모사도 있나.

이날 분향하는 문 대통령에게 백발의 천안함 유족이 다가갔다.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77)였다. "대통령님, 이게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 "가슴이 무너집니다"라고 했다. 절규와 같았다. 문 대통령이 민 상사 어머니에게 "북한 소행이란 정부 입장이 있다"고 답하는 장면이 찍혔다. 그렇다면 왜 공식 추모사에서 이를 밝히지 못하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5년 뒤에 "북 잠수정이 천안함 타격"이라고 했다. 그때까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은 온갖 천안함 괴담을 지어내거나 편승해왔다. 문 대통령이 이 괴담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범여권 세력의 '진심'이 무엇인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게 됐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 분개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들은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해 민족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운 몇 달 뒤에 북한 관계자들과 춤을 추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4·19 60주년' '5·18 40주년' '6·15 선언 20주년'은 말하면서 6·25 발발 70주년이라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6·25는 현대사 최대의 사건이자 비극이다. 그런데도 6·25만 뺀 것은 남침 전범의 손자가 김정은이기 때문이다. 취임 후 3년 연속 6·25 기념식 당일 행사에 불참했다. 6·25 호국 영령을 추모하는 현충일 기념사에서도 3년간 '6·25'와 침략 주체인 '북한'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6·25 남침에 공을 세워 김일성에게서 훈장을 받은 인물을 국군의 뿌리인 것처럼 추켜세웠다. 천안함 폭침 주범 중 한 명인 김영철을 받아들여 국빈 대우하기도 했다. 이것이 문 대통령의 진심 아닌가.

문 대통령이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다고 하자 마음에도 없는 총선용 쇼를 한다는 지적이 일었지만 군 통수권자로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 국민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추모사는 진심이 다른 데 있다는 사실만 보여줬다. 지금 "김정은이 위인"이라는 세력까지 활개치며 야당 선거를 방해하고 경찰은 구경만 하는 지경이다. 희생된 장병의 유족들 심정이 어떻겠나. 고 민평기 상사의 부모는 유족 보상금 1억여원을 내놓아 기관총 18정을 해군에 기증했다. 대한민국은 군 통수권자가 아니라 이런 분들이 지키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28/20200328000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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