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주한 외교단 리셉션에서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에 관심과 지지를 당부한다"고 했다. 2032년에 남북이 올림픽을 공동 주최하고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 통일을 이룬다는 것은 대통령이 작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대통령이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민족이 하나가 되는 그림을 제시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현실과 여건을 살펴가며 꺼내야 하는 법이다.

서울·평양 올림픽은 남과 북이 손뼉이 맞아야 한다. 한쪽 혼자 구애로 될 일이 아니다. 올림픽 공동 주최는 작년 9월 평양 정상회담 합의문에 관련 구절이 포함된 후 북측에선 한마디 나온 적이 없다. 그 합의문에 '가까운 시일'로 적혀 있고 대통령이 작년 내 성사를 희망했던 김정은의 서울 답방은 감감무소식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서울·평양 올림픽을 시도 때도 없이 거론하고 있다. 사정 모르고 대통령 말만 들으면 IOC 총회에서 공동 개최가 이미 결정돼서 남북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줄 착각할 정도다.

며칠 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월드컵 예선은 관중이 1명도 없는 경기장에서 TV 중계도 없이 치러졌다. 김정은이 전력 면에서 크게 앞서는 한국팀에 지는 결과를 공개하기 싫어서 그런 지시를 내렸을 것이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는 "한국이 이겼다면 북쪽에선 줄초상이 났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선수들은 심한 욕설과 몸싸움으로 우리 선수들을 위협했다. 스포츠가 아니라 죽기 살기 전쟁이었다. 우리 선수들은 부상을 당하지 않고 평양을 빠져나온 것만도 다행이라고 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기"라고도 했다. 이런 기괴한 일들을 지켜본 국민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축구 경기 하나도 이렇게 힘든데 무슨 올림픽을 같이 하느냐"고 입을 모으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이 올림픽 남북 공동 주최 얘기를 또 꺼낸 것이다. 대통령 혼자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북이 무슨 짓을 해도 참고 웃고 있으면 언젠가 김정은 쇼를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니 북의 망나니짓이 끝이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0/20191020016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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